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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축산업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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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1년 2월 25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구제역이 발생한지 3개월 남짓, 그동안 우리나라 소와 돼지 사육두수의 약 25%에 해당하는 334만7천두를 살처분하였다.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공무원과 군인, 경찰, 소방관 등 1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운날씨 속에서 애쓴 결과 마침내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지만 구제역으로 인한 축산업과 관련산업의 피해는 물론 이 부문에 특화된 농촌지역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제로 수많은 지역축제가 취소되고 지역의 식당이나 주유소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더구나 대규모 살처분으로 생명산업으로써 농업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우려 때문에 온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업문제가 농가와 농촌지역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잘못될 경우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구제역과 같은 무서운 전염병은 왜 발생하는가?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압축성장 과정에서 수익성만 추구하는 밀집사육으로 가축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발생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남용하다 보니 가축의 건강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악순환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2010년 말 현재 우리나라는 한우 292만2천두와 돼지 988만1천두를 사육하여 지난 80년에 비해 각기 2.1배 및 5.5배의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생산액에 있어서도 축산업은 16조4840억원으로 전체 농림어업생산액의 38.3%나 차지하고, 농가의 축산수입도 농업총수입의 26.2%인 697만2천원이나 된다. 규모 확대와 전문화를 통해 우리 농업에서 가장 큰 수입원으로써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낮은 생산성과 각종 가축질병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분뇨와 악취, 항생제남용으로 국민들로부터 혐오산업이란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게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고 사료도 대부분 수입하는 이런 방식의 축산업을 계속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구제역파동을 기존의 공장형 생산을 지양하고 가축의 생태와 복지, 식품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친환경축산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 들여야 한다. 이 땅에서 축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안전한 식품과 깨끗한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그동안의 관행을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축산업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즉 허가조건으로 면적당 사육두수와 방역교육 등을 의무화 하여 축산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사육밀도나 축사간의 간격 등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축산업에 허가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즉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이 일반적으로 규제해야 할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허가받은 사람에게만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기도 곤란하다. 방역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면허를 전매하거나 대여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이를 관리하려면 별도의 행정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평생 소와 함께 살아 온 워낭소리 할아버지에게 더 이상 허가 없이는 소를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984년 도입한 양돈업허가제가 규제개혁차원에서 1999년 신고제로 바뀌었다든지, 2003년부터 시작한 축산업등록제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흐지부지하고만 경험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은 분명 우리 축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만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사업참여 자체를 제한 할 수 있는 허가제보다 기존의 축산업등록제도에 필요한 요건을 추가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실천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축산물의 차별적 유통을 제도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강제보다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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