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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산업 육성, 농식품부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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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 2011년6월 23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난생 처음 경찰서에서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은 2009년 11월 하순, 한약재원산지표시와 관련하여 고발이 들어왔으니 어디서 조사를 받겠느냐고 묻는다. 그 무렵 KBS 1TV ‘5000만의 아이디어’란 프로에 출연하여 “의약용 한약재는 원산지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업무영역 다툼 여전

 

방송의 취지가 “한방의료기관에서 취급하는 조제한약에 대해서 원산지표시를 하자는 것이었고, 그 제도의 문제에 대해 설명했지만 ”아주 편파적이고 의도적인 허위발언“이라고 몰아붙이는데 정말 난감했다. 국무총리실에서 ‘한약재 생산 및 유통관리체계 개선방안’(2010.3.26)을 통해 조제한약에 원산지표시를 하도록 함으로써 경찰서까지 불려가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한약재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밥그릇싸움의 치열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약재 체계적 관리·지원 절실

 

사실 한약재 관련 업무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간의 영역다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흔히 한약재라 부르는 약용동식물은 식품은 물론 건강식품, 의약품, 화장품, 염료 등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한약재를 ‘한약 또는 한약제제를 제조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원료약재’로 규정해 의약품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수급조절과 규격품의 제조 및 유통은 물론 한약재란 표시조차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한의약육성법에 의해 한방산업클러스터와 한약재의 생산기반 구축 등 농식품부가 담당하던 한약재의 생산 지원과 원산지표시, 우수 한약재생산관리(GACP)와 생산이력추적까지 별도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수입 한약재는 같은 품목을 식용과 의약용으로 구분해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부가 각각 관리함으로써 문란한 한약재 유통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약재는 민간의약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최근에는 식품소재와 기능성 신물질로 그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한약재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한방산업을 육성하자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한약재를 기초로 한 생명산업을 육성하려면 제조방법에 대한 연구개발과 함께 원료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전국에 산재한 생산농가를 지원·관리하는 업무를 과연 보건복지부가 담당할 수 있을지? 현재 3만8000여 농가가 50여종의 한약재를 생산하고 있지만 한약재산업의 육성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한방클러스터사업과 가공·유통시설 지원, 수급조절제도 및 한약재규격화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향토산업육성이나 원예작물브랜드육성사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약용작물 GAP 인증이나 통계작성 등을 담당하고 있지만 한약재의 생산·가공·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부실하다. 이렇게 산만하게 대응해서야 한약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은 고사하고 한·중FTA가 체결되면 우리 한약재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약재산업이 발전하려면 관련 제도의 정비와 함께 원료가 되는 고품질 한약재를 저렴하게 생산해 차별적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품목별 주산단지를 조성하고, 규모화 된 전업농을 육성해야 한다.

 

생산·유통·가공정책 주도해야

 

또한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한 품질관리는 물론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기초통계를 정비하고 계약재배와 수매비축사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약재를 활용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한약재의 품질과 생산까지 관리하고 있으니 농식품부는 뒷짐을 지고 있어도 되는가? 아니다.

 

의약품은 한약재의 여러 용도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농식품부가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한약재의 생산과 가공·유통정책을 주도하고, 생산비 절감과 유통 효율화 등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사업을 개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약재를 한약재라 부르지 않고 약용작물이나 약초 산업이라고 해도 결코 농식품부의 책임이나 역할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한약재의 생산과 유통에 종사해 온 많은 농업인들의 생계는 물론 성장동력으로서 기능성식품과 천연물 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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