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아그리젠토 코리아 희망 키우자
2384
기고자 오세익
 매일경제  기고 | 2011년 9월 21일
 오 세 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전북 임실에 로즈피아란 농기업이 있다. 첨단 유리온실에서 장미를 연중 재배하여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수출하는데 2009년 수출 실적은 1050만달러에 이른다. 온실 내부 온도, 습도, 탄산가스 농도 등 모든 것이 컴퓨터로 자동 제어된다. 온실 내부에는 흙이 한 줌도 없다. 모두 돌을 고온으로 녹인 후 급속 냉각해 만든 배지에 양액으로 장미를 재배한다. 냉난방은 지하의 열을 응축하여 겨울에는 난방용으로, 여름에는 냉방용으로 활용하는 지열히트펌프를 이용한다.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연료비도 70~80% 절약된다.

 

전북 김제에 있는 농산무역은 파프리카를 재배해 수출한다. 병해충은 농약 대신 천적으로 방제하고 꽃가루받이는 벌을 이용한다. 최첨단 온실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안전 농산물이라 일본에서 모두 가져간다. 연간 총매출액은 140억여 원, 농가당 평균 1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린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 빌딩 숲 속에 있는 인성테크는 실내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식물공장이다. 온도, 습도, 탄산가스 농도, 양액공급 등 모든 재배관리는 컴퓨터로 자동 제어되고 태양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로 광합성을 유도한다. 파종해서 28일이면 어김없이 수확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효율성이 높고, 고품질 안전 농산물이라 고가로 팔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생산성은 20~30배 이상 높다.

 

이런 식물공장은 최근 전주 구미 등 많은 지자체에서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롯데마트 서울역 지점에서는 점포 안에 식물공장을 차려 놓고 상추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은 평균적으로 보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경영 규모의 영세성, 고령화, 기술ㆍ시설 낙후 등 무엇 하나 유리한 것이 없다. 그러나 최근 농업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농가 전체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58%에 불과하나 선도농가들 기술수준은 90~95%에 육박한다. 농가 평균 소득수준은 도시근로자 대비 3분의 2에도 못 미치나 40ㆍ50대 농가 소득은 5000만원 이상으로 도시 월급자보다 많다. 그들 중에는 1년에 1억원 이상을 버는 농가도 1만2000가구 이상이다.

 

이제 농업은 단순한 식량공급 수준에서 벗어나 의약품, 기능성 물질, 에너지와 공산품 소재를 생산하는 고기능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감귤껍질로 인공피부를, 누에고치로 인조고막을 만들고, 쌀겨에서 고급 화장품 원료를, 왕겨에서 순도 높은 규소를 추출하는 것은 좋은 예다.

 

농식품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선진국과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경제국 고소득 계층 소비패턴은 가격에서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이 비싸도 품질, 안전성, 기능성, 서비스 등 가치가 높으면 구매한다. 이에 따라 2003년 30억달러에 못 미치던 수출액은 2010년 59억달러로 7년 동안 2배로 늘었으며, 금년 말에는 80억~9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계층이 아시아에만 5억명 이상이고, 비행기로 두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대도시가 60개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다.

 

이제 농업은 국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아니다. 오바마, 사르코지, 채권투자 귀재 짐 로저스 말을 빌릴 것도 없이 농업은 미래 부의 원천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미래 희망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농식품 시장은 6조달러에 육박해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 이 시장을 선점하는냐 못하느냐는 우리한테 달려 있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