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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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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관리와 저탄소사회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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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맛한얼 기고| 2011년  가을호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화에 의해 농산물 무역이 확대되고 수송이나 저장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농산물의 ‘생산지역’과 이것이 가공·유통되어 소비되는 ‘소비지역’ 간의 거리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식품은 수입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송기술이 발달할수록 수송거리는 확대된다.  

 

 식품의 수송거리가 확대될수록 수송에너지에 의한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지구온난화와 같은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식품의 안전성 문제 등 불안요인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여 1994년 영국의 팀랭(Tim Lang)은 ‘푸드 마일’(food miles)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소비자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는 식품을 소비하는 경우 가급적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소비하는 것이 식품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수송에 따른 환경오염을 경감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온실가스 발생 등에 의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관심이 확대됨에 따라 식품의 수송거리를 둘러싼 논의는 다양한 관점에서 전개되고 있다. 실제 식품의 수송거리 문제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유익한 지표가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이다. 푸드 마일리지의 적절한 관리는 환경오염이나 식품안전성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농업 진흥이나 식량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한다.

 

식생활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식생활은 단순한 영향섭취의 범위를 벗어나서 자신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둘러싼 사회나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영양균형이나 건강문제이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외부화가 진행됨에 따라 단백질·지방·탄수화물(PFC) 섭취의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소비면에서 식품의 로스문제도 발생한다.

 

 다음은 ‘식탁에서 농장까지’의 거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글로벌화가 진전되어 원거리 무역이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는 식품의 원산지를 비롯하여, 생산자, 생산방법, 품질, 안전성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식탁’이란 식품을 소비하는 현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로서 가정의 식탁이나 식당, 또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농장’이란 식품을 생산하는 농업현장을 상징하는 말로서, 논이나 밭, 생산자, 농촌지역 또는 수입농산물의 경우 수입국을 지칭한다.

   

  식탁과 농장간의 거리는 지리적·시간적·사회적 거리 등 세 가지 국면으로 확대된다. 양자 간의 거리는 왜 확대하는가? 첫째 국민의 식생활 변화이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공급 가능한 쌀의 소비량이 감소하는 대신에 축산물이나 유지류의 소비가 증가한 것이 직접적으로 식품 수입증가로 연결되어 ‘지리적 거리’가 확대된 것이다.

 

 둘째 교통망 발달과 기술진보다. 즉 교통망 발달을 비롯하여, 냉동보관기술이나 조리가공기술 향상, 농산물 규격 정비 등에 의해 수입을 포함하여 식품유통의 광역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사계절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시간적 거리’가 확대된 점이다.

 

 셋째 푸드시스템의 형성이다. 식품은 농림수산업에서 출발하여 식품제조업과 식품도매업, 그리고 식품소매업이나 외식업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 이른다. 이러한 흐름에서 파악하는 경우 식탁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고 외부화 등 사회적 분업이 진행되고 유통단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가 확대된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식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식탁과 농장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이에 따른 국내농업의 축소가 진행된다. 국내농업 축소는 농촌지역에서 고용과 소득을 감소하여 지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동시에 지구 전체의 자원이나 환경에 대한 부하를 증대하는 문제도 야기한다. 따라서 식품 수입에 따른 지구환경 오염현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진다.

 

 푸드 마일리지를 계측하는 방법

 

 식탁에서 농장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계측할 것인가? 거리가 확대되는 것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한 국가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국가간 비교를 통하여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푸드 마일리지’이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의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한 수치를 누적하여 계산한다. 계측목적은 식품수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환경에 주는 부하를 파악한다는 관점이 강하게 작용한다. 종전에는 농산물의 수입동향을 파악하는 경우 금액기준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되는 농산물을 공통 지표로서 전체 무역구조 속에서 위치를 파악하는데 금액기준이 적절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수송이 환경에 부하를 가한다는 측면에서는 금액보다는 오히려 수량으로 파악하고, 수송 거리가 어느 정도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한 개념이 푸드 마일리지이며,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 수입식품의 푸드 마일리지(t·km) = 수입상대국별 식품수입량(ton)×수출국과 수입국간의 수송거리(km)

  

 먼저 계측대상 농산물의 범위는 HS 코드 기준으로 분류한다. 또 이러한 품목의 수입량에 대해서는 물량(톤) 기준으로 수입 상대국별로 집계한다. 리터 단위의 음료수에 대해서는 비중을 1로 간주하여 1리터를 1kg으로 가정한다.

 

 다음으로 수출국과 수입국간의 수송거리는 편의적으로 각국의 수도와 수도를 연결하는 직선거리로 계산한다. 이 가정은 약간의 비현실적인 점이 있다. 예를 들면 수출국내의 수송거리나 수출항은 품목별로 차이가 있어 총수송거리는 실제보다 적게 계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와 같이 계측한 푸드 마일리지에 근거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를 적절히 관리하면 식품수송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단지 이 경우 푸드 마일리지는 트럭·철도·선박 등 수송기관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고려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수송단계만 착안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는 트럭, 철도, 선박 등 수송수단별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푸드 마일리지의 크기를 가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판단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현재 국제수송에 있어서 배출량의 표시방법 등에 관한 국제규율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또한 식품이란 수송단계 이외에도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즉 식품은 생산·가공·조제, 원재료 생산과 조달, 판매, 소비, 폐기 등의 단계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푸드 마일리지는 수송단계 이외의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지역산 농산물을 소비했다고 해도 과다한 화학비료를 시비하였거나 시설배재 등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이 큰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를 활용하는 경우 이상과 같은 한계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푸드 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의 관계를 표시한 것이 포코(poco)이다. 포코는 수송수단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를 계산하여 이것을 푸드 마일리지에 곱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수치화한 것이다.

 

   ○ 1포코:이산화탄소 100g

   ○ 포코:푸드 마일리지(①중량(톤)×②수송거리(km))×③수송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계수÷100

   ○ 1ton·km 수송과정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철도 21g, 선박 38g, 트럭 167g, 비행기 1,510g 등

 

 1포코는 이산화탄소 100g 배출을 의미한다. 이를 식품의 포장지에 표시하여 소비자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식품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비자가 푸드 마일리지를 이해하여 식품소비를 달리하면 자신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 운동은 ‘자신을 위해’ ‘지구를 위해’ ‘차세대를 위해’ 실천하는 이념으로 진화한다.

 

 지구 환경부하를 경감하는 농법

 

 푸드 마일리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풍요로운 식생활을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환경이나 식품 안전성이라는 면에서 우려가 크다는 견해가 있다. 후자가 지배적이다.

 

 우선 환경면에 관해서는 수송거리가 멀수록 환경에 미치는 부하가 높아진다. 단지 푸드 마일리지와 환경부하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트럭수송과 해운은 톤·킬로미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큰 차이가 있다. 환경에 대한 부하를 경감하기 위해 수송수단을 트럭에서 철도나 해운으로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또한 안전성에 대해서는 수송거리와 식품 안전성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송거리가 길수록 공급과정을 적절히 감시하는데 곤란성이 높아져 추적가능성(traceability)이라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식탁과 농장간의 거리가 원격화 할수록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여 소위 역선택 현상이 나타나 경제후생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역선택을 회피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와 표시제 등의 정책수단을 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양적으로 부피가 큰 사료곡물 등의 수입을 줄이는 대신에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으로 푸드 마일리지를 낮출 수는 있지만 자급률 향상이나 국내에서의 식품의 안정적인 공급체제 확보라는 면에서 검토의 여지가 있다.

 

 수송과정 이외에서 푸드 마일리지를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나 농법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생산과정이나 소비과정에서 환경부하 경감을 전제로 하면서 수송거리를 단축하는 운동이 기본이다. 우선 수입의존에서 국내생산으로, 또한 국내유통도 광역유통에서 지역유통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필요하다. 친환경 농업이나 지역순환형 농업을 실시하면서 국내생산의 확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좋은 예로서 이태리의 슬로우 푸드(slow food),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미국의 공동체지원농업(CSA),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 등이 있다. 이들의 배경에는 단순한 국내산 우선주의보다는 ‘환경부하 경감’과 ‘지역농업 진흥’이라는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 의해 이러한 운동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 지역 활성화, 자급률 향상, 환경부하 경감 등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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