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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유통마진의 오해와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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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 병훈
KREI 논단| 2012년 1월 27일
이 병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산지 소 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소비지의 쇠고기 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다. 축산농가들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수준은 큰 괴리감이 있다.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배추와 양념채소 가격이 생산량의 변동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면서 가격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3% 초반으로 정하고, 각 부처별로 근본적인 물가안정대책 강구를 하고 있다. 소위 ‘물가 실명제’를 도입하여 주요 농축산물의 관리 담당자를 정해 물가를 책임지고 관리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언론과 정부에서는 농축산물 가격불안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중간상인들의 부당한 유통이윤(상인이윤)의 취득과 복잡한 유통단계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농축산물 소비자가격 중 유통마진(유통마진은 소비자가격에서 생산자수취가격을 차감한 것으로 유통비용과 유통이윤으로 구성) 비중이 평균 44%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중간 상인의 초과이윤과 과다한 물류비용 등 유통의 비효율성이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농축산물 유통마진과 유통단계의 축소 문제가 물가대책의 주요 의제로 다시 등장하였다.

  

  그러나 언론과 정부에서 지적해 온 것과 달리 농축산물 유통마진과 유통효율성 문제는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 유통마진이 높다고 해서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라고 단정 지울 수 없으며, 유통단계의 축소가 반드시 유통구조의 효율화로 이어져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유통비용은 유통기능 및 유통서비스가 증가할수록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다양한 서비스와 고품질의 수요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유통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유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공, 선별, 포장, 수송, 저장, 마케팅)와 관련된 비용은 유통마진에 전가되지만, 소비자의 효용이 증대되므로 유통비용이 증가한 것만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유통효율성을 가진 선진국의 경우에서도 경제 발전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아져 유통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소비자 가격 중 유통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7.3%(일본), 72.6%(미국)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한편, 유통이윤 부분에서 유통단계를 축소한다고 해서 유통마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유통단계상의 누군가가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단지 상품의 특성상 단계마다 분산되었던 가격위험 및 재고부담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도 어느 수준 유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통마진은 쉽게 축소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가격도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통효율성 문제를 논의할 때 유통마진의 크고 작음은 큰 의미가 없다.

  

  유통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유통마진의 축소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유통비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물류비, 포장비, 감모비 등에 대한 절감방안을 모색해 물적 유통기능의 비효율적 요소를 개선하여 물류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무엇보다도 유통마진의 구성요소 및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중간상인들의 비정상적인 부당이윤 기준을 명확히 규명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산지에서 소비지에 이르는 모든 유통단계에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허용하여 경쟁 유도를 통해 유통이윤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농축산물 물가안정대책이 중장기적으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품목의 가격 폭등과 폭락 시 한시적으로 발동하는 정부의 시장개입보다는 품목별 세부 유통구조의 불합리 요소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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