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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과제의 해법과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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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수축산신문 시론 | 2012년 3월 26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둔화로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농산물시장 개방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비중은 낮아지고 있는 한편 기상이변과 가축질병에 의한 농산물 수급불안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농식품업 부문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 보다 크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청장년 후계인력 부족과 농업인의 고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농업·농촌에 대한 우려가 과거 어느 때 보다 크다. 이와는 달리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터이자 삶터와 쉼터로서 농업·농촌이 가진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과 농촌경관, 전통·문화유산 등의 관리·보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농촌지역은 국민의 여가·휴양·전원생활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도시민의 귀농·귀촌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 농정의 현실은 그야말로 위기와 기회가 혼재돼있는 가운데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올해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농어촌 건설’을 정책목표로 정하고, 농식품분야에 15조 40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투자와 정예농업인 육성, 시설현대화 등 농업경쟁력 강화 정책과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품목별 수급안정과 수출증대 등 맞춤형 정책을 추가하고, 귀농·귀촌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애써 마련한 농정의 청사진과 예산이지만 정작 농업인의 상당부분이 별다른 기대나 감동은 없다. 한·미FTA 후속대책과 소값 안정 대책에 더해 선거바람을 타고 다양한 농정대안이 하루에도 몇 건씩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책대안의 시행자나 수혜자, 그리고 비용을 부담해야 할 국민 모두가 해당 정책의 필요성이나 추진방법에 대한 공감대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FTA 체제하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이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또한 언제 찾아도 정겹고 푸근한 지역사회로 가꾸어 농업·농촌이 가진 다원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을 누가, 어떻게 담당해야 할까? 물론 정부가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를 극복하고 구조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체질 강한 농업·농촌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농업인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살아보자는 자각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그럴 때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도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올해는 한·미FTA 이행 등으로 우리나라 농업·농촌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동시에 양대 선거가 있는 해로 어느 때보다 농정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된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농정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비전과 전략을 모색하고, 정책개입의 정당성과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책의 필요성과 목적, 그리고 각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정부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책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정책의 구상과 입안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공감하는 정책을 개발, 추진하는 일이다.

 

  사실 농정의 범위가 확대돼 농식품부 혼자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다양한 정치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이를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자체에 좀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계획으로 관련 사업을 연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정착시키는 등 농정의 범위와 추진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 스스로 국민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고 그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설득하고 대응해 나가야한다는 점이다. 농업인들의 숫자가 줄고 정치적 비중이 약화될수록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대다수 국민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어려운 농정과제를 풀어가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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