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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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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 종자주권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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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현태
내일신문 경제시평| 2012년 11월 9일
박 현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9월 중순 쯤 농업계의 관심을 끈 기사가 실렸다. 내용인 즉 동부팜한농이 세계적 종자기업인 몬산토코리아의 영업권을 인수함으로써 15년 만에 종자주권을 찾았다는 내용이다. 몬산토코리아는 2005년에 세미니스코리아를 인수한 회사다.

  세미니스코리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채소종자 업체 1위였던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를 다국적기업인 세미니스가 인수하여 만든 회사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서울종묘는 현재의 신젠타, 청원종묘는 일본의 사카다에 각각 인수됨으로써 국내 채소종자 시장의 70% 정도를 외국계 종자회사가 차지했다. 다국적 종자기업이 국내 종자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데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찬성 측에서는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은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할 수 있고, 해외 종자산업 관련 정보나 첨단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우량 품종개발이 촉진될 것이며, 종자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수·합병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국내 유전자원·정보·육종인력 유출, 국내 산업의 자생적 발전 저해와 농업기술 종속, 종자가격 인상으로 농가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약 15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보면 당시 우려했던 부분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

 

  인수·합병이 분자육종이나 가공기술 등 선진기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육종인력의 단절과 확보의 어려움, 고유 유전자원과 경영성과의 유출, 빈약한 연구개발(R&D)투자 등 종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이나 성장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세계적 종자기업들은 지속적인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첨단기술을 이용한 종자개발로 진입장벽을 높여가고 있다. 종자가 지닌 유전적 특성이 지적재산권의 한 형태로 인지되어 종자개발자가 상업적 독점권을 갖기 때문이다.

 

  옛말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얘기가 있다. 후대의 식량생산을 위해 종자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속담이다. 이를 확대 해석하면 식량안보는 종자확보로부터 시작되며, 종자주권 없이는 식량주권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자주권 확보를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도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09년 말에 '2020종자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했다. 종자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와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조성하여 종자생산·가공·유통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집적화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소위 '시드밸리(Seed Valley)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종자산업이 미성숙 단계

 

  선진국일수록 농업 선진국이고, 농업 선진국이 종자 선진국이다. 종자 선진국들은 전통적으로 종자업계와 정부 간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이제는 정부의 역할이나 지원이 감소한다고 해서 종자업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종자주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종자산업이 미성숙된 단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종자주권을 실현할 수 있다. 동부팜한농의 몬산토코리아 영업권 인수를 환영하며, 현재 추진 중인 골든시드 프로젝트와 시드밸리 프로젝트가 종자주권 확립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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