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쌀직불제의 중장기 정책 방향
2547
기고자 이태호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2월호
이  태  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업정책에서 직접지불제는 정부가 농업인에게 직접 지불을 해 주는 정책을 말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전에는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정부가 원하는 효과가 일어나게 하는 가격조정 정책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WTO 규정에 의해 가격조정 정책이 제한되게 된 다음부터는 직접지불 정책이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쌀직불제, 소수의 대농보다 다수의 소농 정책 필요

 

  2011년 현재 한국 농업정책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직접지불제는 <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모두 일곱 가지이고 총지출액은 1조 6천 267억 원에 이른다. <표>에 나와 있는 직불제를 기능별로 분류하면 소득보전을 위한 것(쌀소득보전), 공공기능 함양을 위한 것(친환경농업, 경관보전, 조건불리지역), 구조조정을 위한 것(FTA 이행지원, 경영이양, 쌀생산조정보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쌀소득보전 직불제(이하 '쌀직불제')로서 총 직불제 지출금액의 80~9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는 쌀직불제의 중장기 정책방향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쌀직불제의 문제점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쌀직불제는 면적에 따라 지불되므로 근본적으로 경지가 넓은 대농을 위한 정책이다. 소농은 소득의 대부분이 농외소득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변동직불금의 소득 안정 혜택을 크게 받을 수 없다. 2010년 농가총조사에 의하면 약 118만 호의 농가 중 약 41%에 해당하는 약 49만 호의 농가가 0.5ha 미만을 경작하는 소농이다. 그리고 이들 소농이 경작하는 농지는 전체 농지의 9%에 불과하다. 반면에 2.0ha 이상 경작하는 농가는 17만 5천 호로서 약 15%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경작하는 농지는 전체 농지의 약 54%나 된다. 결국 면적에 따라 직불제도를 시행하면 지불되는 금액의 54%가 15%의 대농에 돌아가게 되고, 정작 소득보조가 필요한 41%의 소농에게는 지불되는 금액의 9% 밖에 돌아가지 않게 된다. 소수의 대농보다는 다수의 소농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직불금 지불, 상호준수에 입각한 제도되어야

 

  둘째, 쌀직불제는 '농지의 형상 및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지불조건으로 하고 있다. 논의 형상 및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노력이 소요되지 않으므로 이것은 단지 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고정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을 근거로 하여 이익을 얻는 것은 명백한 지대(rent)이다. 경제원리에 의해 지대는 당연히 소유주에게 돌아가므로 아무리 법으로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이 쌀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도 소용없다. 지주는 임대료를 올림으로써 간단하게 지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직불금을 수령하게 하려면 농업인의 노력이 필요한 구체적인 지불조건을 제시하고 농업인이 노력하여 그 조건을 지켰을 때에만 직불금을 지불하는 상호준수(cross compliance)에 입각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셋째, 쌀직불제는 쌀만을 대상으로 하는 품목특정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쌀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 이러한 수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품목 특정적인 보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점을 고려하여 쌀 직불제의 중장기적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첫째, 형평성을 위해 면적에 따라 지불되는 것을 지양하고 농가의 인원에 따라 지불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 농가의 쌀재배 면적이 1ha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는 1인당 지불금액을 적절히 조절하면 적은 예산으로 대부분의 농가에 더 많은 금액이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인원에 따라 지불하는 정책은 품목 특정적 지불이 아니기 때문에 수급조절이 용이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대농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안정직불제와 소농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직불제로 2원화할 필요가 있다. 대농을 위한 경영안정직불제는 가격 또는 수입 위험의 85%를 보상하며, 가입을 희망하는 농가에만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농을 위한 소득직불제는 저소득 소농을 대상으로 보건복지가족부의 기초생활보장정책과 연계하여 시행하되 다양한 다원적 기능 함양 정책을 이용하는 상호준수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능한 한 면적보다 농가의 다원적 기능 창출 실적을 지불기준으로 하여 지대의 성격을 배제하도록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