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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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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 확대와 함께 중장기적인 도매유통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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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 2013년 4월 3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아침에 매장을 열기 전 농가가 직접 낱개 포장한 농산물에 가격표를 붙여 로컬푸드(지역농산물) 매장에 진열한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면, 농가는 스마트폰으로 판매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부족한 농산물을 즉시 보충한다. 매장 운영을 마치면 농가는 진열대에 남은 농산물을 거둬가고, 다음 날 새로운 농산물을 다시 출하한다.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매장에서 실제 일어나는 유통방식이다. 소비자는 신선하고 다양한 농산물을 인근 소매점보다 30% 이상 싼값에 구입하고, 농가는 도매시장에 출하할 때보다 20%가량 수취가가 높아졌다고 한다.

 

 로컬푸드 매장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유통 방식이지만 단기간에 전국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 다양한 농산물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가 조직돼야 하고, 생산 계획도 수립돼야 한다. 대도시 중심부 매장에는 농가가 신속하게 농산물을 공급하기 어려우니 소도시나 대도시 외곽 지역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새정부의 생산자 직매장 지원사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유통 경로가 될 수 있겠지만, 그 효과가 매장 인근 지역으로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제철 농산물 10여가지를 산지에서 택배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농식품 꾸러미사업은 최근 규모가 확대되고 소비자의 호응도 높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청과물의 40~50%는 공영도매시장을 거치고, 농협이나 농업법인이 판매하는 청과물의 60%는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대형유통업체가 취급하는 농산물의 절반은 도매유통기구를 통해 공급된다. 도매유통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

 

 하반기 개장 예정인 경기 안성물류센터를 활용한 농협의 직접도매사업은 새로운 형태의 유통구조 개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협의 도매사업은 도매시장 내 공판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도매시장법인과 다를 바 없었고,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해 시장개척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물류센터의 마케팅 역량을 높여 산지와 계약 생산을 확대하고 물류비를 절감해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농협의 직접도매사업은 도매와 산지유통 구조를 함께 혁신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경험이 부족하고 다른 도매유통 기구와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농협의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의 효율화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도매시장이 경매 거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매가 물류비가 많이 발생하고 유통시간이 오래 소요되며 가격의 등락이 심한 거래 방식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다. 도매유통 효율화를 위해서 시장도매인제나 정가·수의매매와 같이 물류비 절감과 예약거래가 가능한 선진거래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산지에서 소매까지 유통경로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농협이 도매시장 공판장에서 선도적으로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의 핵심축인 직거래와 도매유통 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려면 산지유통구조도 손질해야 한다. 산지유통시설을 기반으로 한 조직화·규모화·전문화가 기존 산지유통 구조개선의 방향이었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농식품 꾸러미사업은 다품목 소량생산을 하는 소규모 농가에 적합한 방식이다. 따라서 전업농에 알맞은 산지유통의 규모화를 추진하면서 소규모 농가의 농산물도 효율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함께 지방정부도 지역 실정에 맞는 다각적인 유통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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