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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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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개발에 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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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국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2013년 11월호 
최 병 국 (농림축산식품부 국제개발협력과 과장)

 


2008년 vs 2013년

 해외농업개발정책에 대해 언론이나 국회 등에서 비판이 많다. 설령 그 비판에 지나침이 있더라도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항상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짚어보아야 마땅하다. 2007~2008년, 곡물가격이 급등했고 일부 식품업체에서는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온 나라가 허둥댈 때, '정부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 일본은 수십 년 동안 이런저런 대비를 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로부터 5년 여가 지났지만 세계 곡물시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세계 각국의 수출통제가 많이 없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가격수준이 2007~2008년 이전의 낮은 상태로 복귀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론은 5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여론은 해외농업개발의 효과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것이겠지만, 해외농업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박함이 사라졌다.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는 우리의 식량안보는 여전히 취약하니 정부든 기업이든 더 공격적으로 해외농업개발을 하라던 5년 전의 비판이 그립다..

파이낸셜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vs 해외농업개발

 (주)대우로지스틱스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대규모 농지 임차를 추진하던 중, 2009년에 파이낸셜 타임스에 한국기업이 아프리카에서 토지 수탈(land grab)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같은 시기에 이코노미스트(2009년 11월 21~27일 판)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중국, 한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대규모로 토지 수탈(land grab)을 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시장에 대한 불신의 표시라고 비판적으로 기술하였다. 대개 국영기업이나 정부가 직접 하는 일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이코노미스트가 농업과 토지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일에 비판적이라는 것은 다소 모순이다. 수출금지 조치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시장을 마냥 신뢰하라는 것도 무리지만, 생산이든 유통이든 농업 분야에 투자가 확대되고 경쟁이 촉진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농지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버려지거나 투자가 안 되어 생산성이 떨어진 아시아 아프리카의 농지에 각국의 자본이 유입되어 농지개량이 되고 대규모 자본이 직접 생산에 뛰어드는 것을,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강조하던 이코노미스트가 비판하는 것은 의외다. 최근 몇 년간의 일은 그간 낮아진 곡물가격 탓에 수십 년간 과소투자 되었던 농업 부문에 투자가 확대되고 경쟁이 시작되는 과정으로 시장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 아니라 시장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한국농업의 세계 진출 vs 국내 반입

 해외농업개발은 우리 농업인, 기업의 해외 진출이 주된 목적인지, 아니면 농산물의 국내 반입이 전제되어야 하는지가 가끔 논란이 된다. 국내 반입 실적을 따지기에 아직 이르기도 하지만, 이는 논란 자체가 부적절하다.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국내 반입이 이루어질 테고, 국내 반입을 전제로만 진출하면 진출도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반입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반입에 대한 목표의식 없이 진출하면 시간이 갈수록 진출 동력도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국내반입과 그로 인한 식량의 안정적 조달이라는 목표에 방향타를 맞춰두고, 당장의 국내 반입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농업인, 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나가면 될 것이다. 

수출금지 vs 반입 가능성

 정작 세계 식량 사정이 안 좋아 국내 반입이 필요할 때에는 진출국에서 수출규제를 해서 반입이 불가능할 터이니 애당초 지금의 정책 목표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금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남미는 수출금지를 한 적이 없고, 수출금지를 한 경우도 대부분 우리와 관계없는 쌀이었으며, 기간도 짧은 경우가 많았다. 수출규제는 수출할당이나 허가제인 경우가 많았다. 해외진출을 다변화하고, 진출국과의 협력관계도 강화해 나가면 정작 다 개발해 놓고 국내 반입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 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곡물 가격이 많이 오를 때 그로 인한 이득을 우리 기업이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간 곡물 가격 수준 상승으로 인한 혜택은 곡물 메이저들, 해외 농지가격이 올라간 덕을 본 해외의 농지보유자들에게 돌아갔었다. 세계 농업관련 자본이 브라질에 농지 매입을 해서 덕을 보고 결국 브라질이 외국인 토지소유를 규제하게 되었던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원이 없는 우리는 어떻게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어 와야 하는 것이다.

성과 vs 한계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한계가 더 많다. 일본은 현재 수준에 도달하는 데 몇십 년이 걸렸다고 하지만, 예전보다 세계 곡물시장 상황이 안 좋으니 우리는 더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 이제는 농업인단체, 식품업체 같은 실수요업체, 대기업들도 다양하게 진출해 있고, 해운업체가 항만 곡물 운송시설에 투자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밖으로의 진출이 다변화되고 저변이 넓어지면 그 결과물이 국내로 들어와서 식량의 안정적 조달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게 될 날도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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