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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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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안전(舌头上的安全)을 확보하라!"는 중국 정부의 식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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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  2014년 7월 31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지금 중국은 맥도널드, KFC, 피자헛 등 주요 외국계 패스트푸드점들이 유통기간이 지난 소위 ‘쓰레기고기’를 공급받아 사용했다는 언론보도로 뜨겁다. 2008년 멜라민 분유 사건, 2010년 쓰레기 식용유 사건 등 굵직한 식품안전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불거진 대형 식품안전사고로 중국 소비자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쓰레기고기'를 공급한 미국계 식품가공업체인 푸시(福喜; OSI)식품유한공사가 위치한 상해시의 관련 당국은 즉시 관계자 5명을 구속하였고, 북경시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내 모든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육류 및 육가공제품의 품질안전검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2,000여개에 달하는 외식체인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후속 보도도 이어졌다. 

▲ '먹을 수 없었던' 과거에서 '믿고 먹을 수 없는' 현재로 /자료출처: 바이두(百度)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산 농식품의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2009년 「식품안전법」 제정과 함께 새로운 식품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는 세계적으로 식품안전정책의 기조가 위생으로부터 안전으로 전환되는 트렌드에 부합한 것으로 식품안전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중국인들로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새로운 식품안전관리체계의 확립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사고는 근절되지 않았고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부정적 인식 또한 쉽게 불식되지 않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혀끝의 안전을 확보한다(确保舌头上的安全)”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시 한 번 식품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식품안전사고가 줄지 않는 원인을 식품안전관리체계상의 결함에서 찾고 조직과 법률 체계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조직체계 측면에서는 이미 지난 해 3월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을 신설하였다. 과거 식품·의약품의 생산·유통·소비 단계별로 관리감독 기관이 달랐던 다원적 조직체계를 신설된 기관이 모든 단계를 통일적으로 관리감독을 실시하는 일원화된 조직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식품안전 관리감독 업무의 집행력을 극대화하였다.

법률체계 측면에서는 2009년 제정된 「식품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된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은 지난 해 부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식품안전법」 수정초안을 확정하였으며, 지난 6월 개최된 제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는 이 수정초안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 중국 역사상 가장 엄격한 식품안전 관련 법률이라고 자평하는 「식품안전법」 수정초안은 현행 법률과 비교하여 식품기업과 지방정부의 책임, 식품안전문제의 사회적 관리, 식품안전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수정초안의 영향을 받아 각 성·자치구·직할시에서도 관련 법령의 제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 관련 법률 및 법규 제정으로 식품안전 확보 /자료출처: 바이두(百度)

 

중국이 「식품위생법」을 대체한 「식품안전법」을 제정하여 새로운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한지 불과 4년 만에 조직 및 법률 체계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세계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회복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중국의 식품안전관련 정책이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강력하고 엄격하게 추진될 것임을 시사한다.

한중 FTA를 계기로 우리 농식품의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한류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중국의 농식품시장은 우리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도전해볼만한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시장 진출에 앞서 중국 소비자들의 농식품 소비트렌드 변화 추이, 수입 농식품시장 및 식품안전 관련 정책 동향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동시에 점차 강화되고 있는 식품관련 법률‧법규와 표준 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함으로써 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최근 중국이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던 한국산 흰우유(살균유)를 수출하던 국내 업체가 중국의 관련 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출업체 등록이 유보되고 결과적으로 수출이 잠정적으로 중지된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혀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하면 식품안전성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 간 격차는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산 농식품에 대해 고품질‧안전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13억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배반하지 않도록 한국산 농식품의 품질경쟁력 향상에 더욱 박차를 가해 결과적으로 식품안전성 측면에서 중국산과의 차별화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중국의 대표적인 아침식사 메뉴인 요우티아오(油条; 기름에 튀긴 꽈배기)와 요우빙(油饼; 밀가루 반죽을 밀어 네모나게 기름에 튀겨낸 것) 판매점에 내걸린 현수막. 
"본 점에서 판매하는 요우티아오와 요우빙은 황산염과 탄산나트륨이 없습니다. 튀김용 기름은 매일 교환하고 있습니다" /사진: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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