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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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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 워크숍에서 느낀 연구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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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지연
KREI 논단|  2014년 10월 22일 
박 지 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아시아생산성기구(Asia Productivity Organization, APO)는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통해 생산성 기술을 발전시킬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로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2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APO는 다양한 국제 세미나, 컨퍼런스,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도 “생산성 증가를 위한 혁신적 농업경영”이란 주제로 이란의 테헤란에서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필자는 13개국이 참가한 이 워크숍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어 1주일간 이란을 방문하였다.

필자가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여성에게 히잡(Hijab, 외출 시 착용하는 베일)의 착용을 강제하는 엄격하고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라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필자가 막상 마주친 이란은 페르시아제국으로 대표되는 오랜 역사와 문화, 넓은 영토와 다양한 종족 등 다채로운 면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었고, 테헤란의 도심은 여타의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만날 수 있는 이란의 농촌은 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총 노동인구의 약 30%가 종사하는 농목업은 이란의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지만, 기후와 지형조건으로 인하여 농경지는 총 국토면적의 10%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휴경지가 많아 실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면적은 농경지의 1/3 정도라고 한다. 국토가 넓은 만큼 기후환경도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방문한 테헤란 인근지역은 넓은 평야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덥고 건조한 기후로 인하여 농작물 재배에 적합해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방문지역 대부분의 농경지는 우리나라의 밭이나 논과는 사뭇 다른, 황야에 가까운 풍경이었고, 멀리 보이는 산들도 대부분 나무가 없는 바위산 또는 민둥산이었다.

이러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관개시설과 같은 농업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으나, 아직은 만족할만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과 낙후된 농업기술로 인하여 농업생산성도 낮은 수준이며, 수급 및 유통 등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하여 농가의 수익 또한 매우 낮고 불안정하며, 농촌의 거주환경 또한 열악한 실정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을 제외한 다른 APO 워크숍 참가국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열악한 자연환경, 부족한 물자와 기술, 체계화되지 못한 유통시스템 등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큰 문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과정을 지나온 또는 헤쳐가고 있는 나라로서 이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국제농업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 연구원의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에서는 다양한 관련 사업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나 기구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나 협력사업도 중요하지만, 각국의 연구자들 간의 소통과 교류 또한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APO 워크숍의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다양한 나라의 연구자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한 방향으로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원조가 아닌, 쌍방향 소통을 통하여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연구자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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