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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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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농업분야 FTA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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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성태
KREI 논단 | 2015년 1월 30일
지 성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누가 뭐래도 ‘연말정산’이다. 전에 없던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항목별 공제 범위가 변경되면서 연초부터 나라 전체가 어수선하다. 제도의 형평성 여부를 떠나 새로운 제도 도입은 언제나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덕분에 직장인들은 그 어느 해보다 자신의 지난해 소득과 소비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고 새해 살림살이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최근 농업계의 핫 이슈는 무엇인가? ‘FTA’가 아닐까 싶다. 지난 해 농업계의 우려 속에 영연방 3개국, 중국, 베트남과의 FTA 협상이 타결되거나 발효되었다. 이로써 주요 국가 및 경제권과의 FTA 체결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제는 FTA 국내보완대책의 실효성 제고를 통해 농업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FTA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이다. 이와 함께 FTA 이행이 농축산물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연구원 FTA 이행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14년 4분기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입 동향’에 따르면, 2014년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은 320억 2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EU FTA가 발효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지만, 2006~2010년 연평균 증가율 15.6%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FTA 체결국 가운데 농축산물 주요 수입대상국인 미국(31.0%), ASEAN(12.9%), EU(7.9%)를 중심으로 수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미국으로부터는 쇠고기, 돼지고기, 체리, ASEAN으로부터는 바나나, 망고, 당근, 오이, EU로부터는 돼지고기, 치즈, 보리 등의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농축산물 수입의 특징은, 첫째, 국내 공급량 감소로 가격이 상승한 축산물의 수입이 증가하였다. 돼지고기, 쇠고기 수입액이 각각 전년 대비 37.8%(3.4억 달러), 19.8%(3억 달러) 증가하면서 전체 농축산물 수입 증가를 이끌었다.
 

둘째, 수입액 증가의 일정 부분은 주요 품목의 수입단가 상승에 기인한다. 돼지고기, 쇠고기, 치즈 수입량은 전년 대비 각각 22.7%, 4.8%, 14.3% 증가했으며, 수입액 증가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는 곧 수입단가가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4년 돼지고기, 쇠고기, 치즈 평균 수입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13.3%, 14.2%, 8.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일부 기호식품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였다.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 수입액은 콜롬비아산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26.9%(1.1억 달러) 증가했고, 최근 견과류 소비가 늘면서 아몬드 수입액도 전년 대비 30.1%(5천만 달러) 증가했다. 두 품목의 평균 수입단가도 각각 8.5%와 17.6% 상승했다.
 

넷째, 수입전환 효과가 나타났다. FTA 체결국 가운데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이 전년 대비 31.0% 증가하였다.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주된 이유는  2013년 미국 주산지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여 옥수수 수입대상국이 미국에서 EU 등으로 전환되었다가, 2014년 작황호조로 미국산 옥수수 수입량이 평년 수준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FTA체결국으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액은 15.2% 증가한 반면, 전체 농축산물 누적수입액은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FTA체결국과 비체결국 간의 수입전환 효과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FTA 이행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FTA 체결국과 비체결국 간의 수입전환 효과, 국내외 농축산물 수급 여건 변화, 관세인하 효과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FTA 효과만을 산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향후 FTA 이행으로 관세 인하폭이 커지면서 FTA체결국으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 비중 확대와 그로 인한 피해는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FTA시대는 이미 도래하였다. FTA는 국가 간 협정이라는 점에서 연말정산의 세법처럼 임의로 조정하거나 철회할 수 없다. 또한 연말정산처럼 회계연도가 있어 매년 정산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우리 후손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따라서 FTA시대를 맞아, FT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여 농업인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지 않도록, 정부, 학계, 농업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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