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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외부 환경의 변화, 적극 수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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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5년 5월 26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언론에 만성 적자에 허덕이며,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치적 고려 속에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잘못된 결정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청주공항이 저비용 항공사(LCC) 활용, 중국 관광객 유치 등 다양한 환경 변화로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는 20여년 전 정부 정책 사업의 타당성 분석 관련 회의에 참석해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으로 추진된 잘못된 정책사업 사례로 청주공항 건설과 무안공항 건설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 보도를 보면서 과거 전문가로서 나 자신의 미숙함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반성과 함께 다양한 우리 밖의 변화를 이해할 필요성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

산간 오지마을도 통신판매 활기

청주공항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흑자 경영을 이어갈지 여부는 또 다른 과제라고 판단한다. 현재 흑자경영이지만, 향후 항공산업의 여건 변화, 중국인 해외 관광 패턴의 변화 등에 따라 20여년 전 우려했던 청주공항의 과다한 미래 수요 추정 문제가 새삼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20여년 전 관련 회의에서 저비용 항공 산업의 발전이나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급증 등 우리 밖의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즉 다양한 여건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청주공항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 관련 문제제기를 한 점은 아쉽다.

이러한 청주공항의 경영여건 변화 보도를 보면서, 농업·농촌 외부 사회시스템의 변화와 더불어 농업·농촌 분야의 새로운 변화 사례가 떠올랐다. 필자는 2주 전 경남 함양군 지리산 중턱 산간 오지 마을에 귀농해 산간 오지 농촌마을의 농산물 유통 구조와 농촌 주민의 생활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농가를 만났다. 이 농가는 오랜 기간 통신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귀농해 일반 마을과 동떨어진 산간 오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농가는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과 택배시스템을 활용해 공간적으로 분리된 산간오지 마을을 서울 등 대도시와 실시간으로 연결시키고 소통 및 농산물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이 농가는 산간 오지 마을에서 노령 농가들이 친환경 자연 생태적으로 생산한 산나물, 지역 특화 농산물 등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판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이들의 생산물 판매를 도와주고자 홈페이지 개설 및 통신 판매를 시작했다. 마을내 노령 농가들의 어려운 환경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일이 크게 호응을 얻어 현재는 주변 마을까지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연간 10억원 이상의 농산물 판매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더 넓은 시야·개방적 자세 필요

산간 오지 농촌의 농가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농산물 유통 체계가 구축되고, 산간 오지 마을의 자연 조건이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변화하게 됐다. 유휴화됐던 농토가 새롭게 경작돼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하게 되고, 쓸모없던 산지가 귀중한 고소득 산나물 채취 자원이 되고, 일부 산지는 고사리, 산나물 등 고소득 작물 재배지로 전환되기도 했다. 산간 마을의 주민들은 과거 일거리가 없어 노는 날이 많았으나, 이제는 지나친 일거리를 걱정할 수준이 됐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농가소득이 증대되고 산간 오지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젊은이들의 귀농·귀촌 관심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 농가는 수익금이 발생하자 마을 발전, 어린이 교육 등을 위한 비영리법인 설립도 고려하고 있었다.

비농업계 출신 농업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복잡한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이나 농업·농촌 노동력의 과소화와 노령화 및 농업인의 후계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시야와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 과거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과 관련해 기존의 농산물 유통 구조 그 자체의 효율성만 따지고 있을 때, 택배시스템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 외부 환경 변화는 새로운 농산물 거래 형태를 창출하고 있었다. 또한 농업·농촌의 후계 인력 육성과 관련해 농업계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 내실화도 중요하지만, 정보통신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농업 후계 인력 유입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농업·농촌 발전전략 모색

최근 언니네텃밭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택배 시스템의 발달 등 외부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새로운 농산물 유통과 생산, 지역의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즉 유형은 다르지만, 이미 농업부문 밖의 변화에 의해 농업·농촌이 변화되고 있다. 다양한 지역 혁신이 농업·농촌 발전,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농업생산구조를 효율화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농업계 모두의 자기 개발, 조직화 등을 통한 농업·농촌 혁신 노력도 중요하지만, 농업 외의 발전된 기술과 사회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좀 더 우리 밖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나아가 새로운 농업·농촌 발전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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