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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 현지인 사로잡는 장기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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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상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5년 10월 9일
이 상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작년 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은 62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2000년 연간 농식품 수출액인 15억 달러에 비하여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농식품 수출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은 물론, 농가 소득 향상과 국내 농산물 가격 안정, 그리고 국산 농산물의 품질 향상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농산물의 주요 수출 시장은 일본, 중국, 미국, 홍콩, 베트남 등 5개국으로 전체 농산물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5개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2005년 61.5%에서 2014년 58.6%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대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호주, 네덜란드 등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렇게 수출대상국이 늘어나게 되면 대외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인 수출을 할 수 있을뿐더러 향후 수출 증대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수출시장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선 현재의 농·식품 수출은 수출 보조금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고 그동안은 주로 해외의 교민시장을 타깃으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수출 보조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고, 기존의 교민 위주의 수출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한류의 열풍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현지인들의 우리나라의 농·식품 소비가 늘고 있지만, 최근 일본에서 한류 붐이 급격히 가라앉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동남아시아에서도 그러한 사례가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농식품 수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정체된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농산물의 수출 실크로드 개척과 그로인한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으로의 발전은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기존 일본 시장 등에서 수출 성과가 좋았던 상품이라도 수출대상국이 바뀌면 그 나라의 음식 문화에 따라 선호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홍보 및 판촉행사를 보면 한류 스타 등을 내세워 국가에 상관없이 일괄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보다는 각 국의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우선 살펴보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생산단계에만 많이 치우쳐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품목별 수출 규모화·조직화 방안, 주력 수출품목 선정, 물류시설지원 등도 물론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것만 강조하다보면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밀어내기식의 수출이 될 수도 있다.
 

작지만 강한 농·식품 수출 강국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현지인을 사로잡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광고 등의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때로는 가격인하 등의 이벤트를 시행하여 소비자들을 끌어 모은다. 하지만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누구나 쉽게 사용법을 알고 있는 공산품과 달리 농·식품의 소비는 음식 문화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거나 그들의 음식 문화에 우리의 농·식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현지 한국 농식품 수입업체와 협력하여 식문화 소개와 더불어 농식품 수출 증대를 추구한 사례들도 있다. 유럽에서는 우리 음식의 조리법과 함께 필요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바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침시간대 방송시간을 확보하여 요리사가 직접 한국 음식을 요리하면서 음식과 식재료를 소개하는 형태의 홍보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각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 하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가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움이 크다. 그동안 농·식품 교역에 있어 우리나라는 수출보다는 수입 증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수출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여건에 따라서 수출관련 정책들이 도입되어왔다. 지금이라도 각 국의 시장을 엄밀히 분석하고, 해당 시장에서 우리의 농·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수요가 포화인 상태에서 농·식품 수출 증대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당장 나타나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긴 안목을 갖고 건실한 수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수출이 농산물 가격안정,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가 됨은 물론 우리나라도 네덜란드, 이스라엘처럼 작지만 강한 농업수출국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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