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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처럼 덕담을 나눌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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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1월 22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병신년(丙申年)이 밝았다. 또 어김없이 새해는 시작되었고, 진정한 한해의 출발점인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한때 구정이라 불리며 홀대 아닌 홀대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대로 이어진 전통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구정이 아닌 ‘설’이라는 제 이름으로 당당히 최대 명절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설은 추석과는 달리 설렘이 있다. 추석은 한해 고생하여 얻어진 햇곡식을 서로 나누는 풍성함이라면, 설은 새해 새마음을 안고 설계한 장밋빛 인생이 어쩐지 이루어질 것만 같은 두근거림이다. 그래서 설에는 새로운 설계로 희망에 부푼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각자의 형편에 맞춰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안고서….
 

대목 앞두고 과일 낮은값 우울

올해 설은 3일간 연휴이고 앞에 낀 주말까지 합친다면 최소한 5일은 휴일이다. 도심에서의 빡빡한 일상에 지친 우리로서는 천금 같은 휴일이 아닐 수 없으며, 나를 반겨줄 고향으로 한걸음에 달려가도록 해주는 고마운 연휴이다. 그런데 올 설에는 지친 어깨를 보듬어주었던 고향 분들에게 대신 위로를 전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년에 이어 올해도 농작물 가격이 좋지 않아 고향을 찾은 자식과 손주들에게 덕담과 함께 건네줄 세뱃돈이 버겁기만 하기 때문이다.
 

사과는 대풍이라 저장량이 전년보다 20% 이상 많이 남아 있어 설 대목에 가격은 낮을 것이다. 감귤은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수확시기 잦은 비로 품질이 저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단감도 마찬가지다.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가격은 평년보다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 포도와 복숭아도 2년 연속 가격이 하락하여 농가들의 시름이 깊었었다. 배 가격만 작황악화로 생산량이 14% 줄어 그나마 전년보다 조금 높다. 그러나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물량 감소분을 상쇄하기 힘든 상황이다.
 

소비자 설 선물 과일꾸러미 추천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도 소비가 부진해진 탓이다. 결국,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역시 소비자들을 움직여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설 성수기에 돌입한다. 올해 설에는 국산 과일의 소비가 확대되도록 대대적인 홍보를 전개해 보자.
 

사과나 배, 단감 등의 당도는 어느 해보다 좋지만, 전반적으로 과일 가격이 낮아져 가벼워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다소나마 덜어줄 절호의 기회이다.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제수용 과일의 구입은 좀 더 넉넉해질 것이며, 저마다의 손에 든 선물꾸러미는 과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올 설에 소비자들이 농업인들에게 건네는 최고의 덕담이 되지 않을까.
 

대신 농업인들도 소비자들에게 건네줄 덕담을 준비해야만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6년 농업전망대회 자료에 의하면, 소비자가 가정 소비용으로 선호하는 사과 크기는 중과가 전체의 80%, 배의 경우도 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씨 없는 청포도를 선호하는 소비자 비중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청포도 중심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입맛이 변한 탓일 것이다. 이처럼 소비 정착의 근간이 되는 소비자 기호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중·소과 품종이나 청포도와 같은 신품종의 재배확대가 요구된다.
 

농민, 저품질 제품 과감히 격리를

또한, 과반 이상(56%)인 소비자는 감귤이 쉽게 물러져 보관기간이 길지 않아 구매를 꺼리며, 복숭아가 수입과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저장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소비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지적 사항에 적극 부합하려면, 품질이 떨어진 감귤은 과감히 시장에서 격리시켜야 하며, 동시에 저장기술 향상으로 감귤과 복숭아의 보관기간을 연장시킬 필요가 있다.
 

이제 곧 농업인들은 설 대목에 맞춰 적든 많든 출하 준비를 서두를 것이다. 적극적인 소비촉진 운동을 전개하여 농가수취 가격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면, 올해도 생산 활동은 원활히 지속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안전한 국산 농작물의 확보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산이 계속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나가야 한다. 아무쪼록 설에 서로 덕담을 주고받듯이 소비자는 농업인의 고통을 분담해 주고, 농업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실천하는 상생의 길을 걷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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