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축산물 수입액 감소, 수입량이 준 게 아니다
4305
기고자 지성태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6년 2월 12일
지 성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5년 12월 20일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바야흐로 본격적인 FTA 시대가 열렸다. 다시 말해 주요 교역국(경제권)과의 FTA 체결이 일단락되었다. 농축산물 교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ASEAN, 중국, EU, 호주 등 우리나라 농축산물 주요 수입대상국(경제권)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수입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진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향후 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2015년 농축산물 수입액 기준만을 놓고 보면, 아직까지 FTA 파급효과가 크게 가시화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수입액이 수입량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2015년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 이행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15년 4분기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은 304억30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5.0% 감소했고, 평년 대비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농축산물 중에서도 곡물 수입액이 전년 대비 14.8% 감소해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 감소를 주도했다. 이에 FTA 체결국 중 對한국 농축산물 수출에서 곡물 비중이 큰 미국에 대한 수입액이 10.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5년 주요 농축산물의 실제 수입량은 대체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단가가 하락해 수입액이 실제 수입량 증감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수입량이 증가했음에도 수입단가 하락해 수입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수입단가가 하락해 수입량보다 수입액 증가폭이 훨씬 작게 나타났다.

수입액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곡물의 경우, 옥수수, 밀과 대두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각각 15.9%, 8.0%와 19.8% 감소했으나, 수입량은 오히려 1.2%, 7.7%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단가가 각각 16.9%, 14.5%와 22.9% 하락했기 때문이다.

수입액 증가 품목 중에서 돼지고기, 치즈, 오렌지, 포도, 키위 등은 수입단가가 크게 하락해 수입량 증가폭이 수입액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돼지고기와 치즈의 수입량은 각각 25.4%와 14.7% 증가했으나, 수입단가 하락으로 수입액 증가폭은 각각 13.4%와 0.9%를 보였다. 같은 이유로 오렌지, 포도와 키위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각각 15.6%, 6.8%와 21.6% 증가해 수입액 증가율보다 각각 5.9%p, 6.7%p와 16.1%p 높게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볼 때, 2015년도 우리나라 농축산물 수입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곡물을 포함한 수입액 대비 수입량 증가폭이 큰 품목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체 농축산물 수입이 감소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15년 농축산물 수입에서 나타난 특징으로는 수입단가 하락에 따른 수입량 증가 외에도 수입선 전환, 수입 계절성 완화, 특정 품목의 수입 증가추세 지속, 국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즉, 미국 AI 발생으로 미국산 닭고기 수입은 금지된 반면 브라질산 수입량은 크게 증가했으며, 수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산 옥수수 수입은 감소한 대신 EU산 수입은 증가했다. 칠레산 포도와 미국산 체리 수입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가운데 관세율 인하 등으로 수입시기가 상이한 페루산 포도와 호주산 체리의 수입이 증가했다. 또한 바나나, 망고, 자몽 등 일부 열대과일의 수입 증가추세가 지속됐고, 국내 수요가 증가한 돼지고기, 칩용 감자 등의 수입량도 증가했다.

FTA 이행에 따른 국내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함께 교역상의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농축산물 수입구조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수입농축산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농업 생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수입실적의 증감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라 FTA라는 거역할 수 없는 파고를 슬기롭게 해쳐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