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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초록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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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한국경제신문 기고 | 2016년 5월 12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아파트 베란다에 채소를 기르고, 주말농장에서 여가를 보내던 정도의 도시농업이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넘어 공공기관, 지역사회, 학교, 기업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도시농업이 이처럼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에서는 도시농업이 오래전부터 발전해왔다. 쿠바에는 8천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도시농장들이 아바나시를 더욱 푸르게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시카고의 도시농장이나 스페인의 아파트 텃밭 같은 사례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도시농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은 백악관에 초대된 손님에게 직접 기른 채소로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도시농업 활동을 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도시농업 참여자는 5년전보다 여덟 배 증가한 13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시는 옥상에서 벌을 치고, 국회에도 ‘국회텃밭’ 모임이 있어 50명의 국회의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운동장에 고무 함지를 이용해 벼를 키우는 학교도 있고, 봄이면 학생들이 학교는 물론 학교 주변에 꽃씨를 뿌리는 곳도 꽤 많다. 이러한 활동이 증가하는 것은 도시농업이 가지는 다양한 기능 때문이다.
 

베란다나 거실에서 화초나 채소를 재배하는 것은 애완동물이나 애완곤충을 키우는 것과 같은 심신치유 효과를 가져다준다. 텃밭을 가꾸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갈등과 폭력 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생명존중, 먹거리와 식습관의 중요성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은 물론 식물 생육, 병해충, 기상조건 등 다양한 지식도 더할 수 있어 교육효과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농업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어떤 공사장은 가림막을 판넬로 하는 대신 수많은 작은 화분들을 옆으로 꽂아 다양한 그림과 무늬를 만든 화분대를 설치하는데, 여기에는 화분, 화분 흙, 모종, 화분 거치대 등 많은 자재가 사용되어 관련 산업의 육성으로 이어진다. 가치창출과 고용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도심의 건물 옥상, 거실, 자투리 땅 등 이용 가능한 공간에 식물을 키운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도 클 것이다.
 

이에 더하여 도시농업의 공동체 복원 효과도 강조하고 싶다. 우리 사회는 유기체적 조직으로 목표나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나타나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도시농업은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에서 오는 갈등과 고립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도심 속에 버려진 몇 평 안 되는 자투리땅의 쓰레기를 치우고 이웃이 함께 채소와 꽃을 가꾸다보면 자연스레 공동체가 복원되더라는 얘기도 많다.
 

신록의 계절이다. 산과 들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같은 장소라도 삭막한 겨울에 비해 지금 펼쳐지고 있는 초록의 풍경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생각해보면, 우리의 주변을 푸르게 만들 도시농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건물 옥상, 베란다, 거실, 공사장 가림막, 버려진 자투리땅 할 것 없이 어디든 초록의 빛을 입혀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을 만끽할 수 있길 기대한다.

 

*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기고(2016.5.12.)를 일부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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