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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별 정확한 조사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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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상현
농민신문 기고 | 2016년 10월 10일
이 상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출은 지난 15년간 빠르게 증가했지만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농산물 수출의 문제점은 수출물량의 지속적·안정적 확보가 어렵고, 기존 교민 위주의 수출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나이로비에서의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에 따라 곧 철폐해야 할 수출 물류비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농산물 수출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농산물 수출 실크로드 개척과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으로의 발전은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농산물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수출 대상국 시장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기존 수출 시장 등에서 수출 성과가 좋았던 상품이라도 수출 대상국이 바뀌면 그 나라의 음식 문화에 따라 선호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홍보 및 판촉행사를 보면 국가에 상관없이 일괄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상품 안내문은 물론이거니와 상품명이나 라벨조차 현지 언어로 표기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렇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수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가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과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농산물을 그대로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수출 시장에서의 소비자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하고, 수출 시장에서 원하는 품목을 발굴하고, 현지 수요에 맞는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수출 시장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는 수출에 적합한 품종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하다. 해외 시장으로 수출할 때 드는 기간은 운송방법에 따라 길게는 한달 이상 걸리는 품목도 있다. 내수용 농산물과 달리 장시간의 운송기간을 고려해 선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품종과 수확 후 관리기술, 수출용 농산물 선적기술이 함께 개발돼야 할 필요가 있다. <매향> 품종의 개발 이후 수출이 크게 증가한 딸기의 사례와 같이 다른 품목에서도 수출에 특화된 품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품목별 수출 마케팅보드의 육성 또한 지속적인 수출 증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출물량 확보와 품질 제고를 위하여 수출 전문단지와 수출 선도조직을 양성해 왔으나 아직까지 많은 부분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수출 전문단지와 수출 선도조직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품목별 마케팅보드를 육성해 연구개발·시장개척·소비촉진·홍보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품목별 애로사항들을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농산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수출보다는 수입 증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수출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여건에 따라 수출 관련 정책들이 도입돼 왔다.
 

특히 수출 스타품목 발굴, 수출 유망품목 선정 등 해외 시장의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전에 무엇을 팔 것인지에 치중한 면이 있다. 지금이라도 각국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농산물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민영화되었지만 프랑스는 소펙사라는 기업을 통해 자국 농산물 수출을 증진시켜 왔다. 소펙사는 단순한 상품을 알리는 역할을 넘어 프랑스 식문화 및 역사와 전통을 전파함으로써 수출국 현지의 삶의 양식에 영향을 줘 장기적으로 자국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해외 시장의 소비자들이 우리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거나 그들의 음식 문화에 우리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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