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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수출, 불확실성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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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성태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7년 2월 17일
지 성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6년도 FTA 관련 주요 이슈를 꼽는다면 한·콜롬비아 FTA 발효, 한·중미 FTA 실질 타결 정도이다. 그동안 주요 국가 및 경제권과의 FTA 체결을 숨 가쁘게 추진한 이후 잠시 숨을 고르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FTA 이행으로 수입 개방 폭이 더욱 확대되었음에도 전체 농산물 수입은 정체국면을 이어갔다. 이는 국내외 경제 불황 등의 요인이 FTA 효과를 억제한 결과라고 본다. 한편, 농산물 수출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전체 농산물 교역실적만을 놓고 보면 매우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농산물(임산물 포함) 전체 수입액은 30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액도 비슷한 감소폭(1.5%)을 보였다. FTA 체결국 가운데서는 호주, 베트남, 캐나다, 뉴질랜드 등 최근 FTA가 발효된 국가들로부터는 수입이 증가한 반면, 그 외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은 모두 감소했다.

농산물 수출액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66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약 6% 감소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이 더 큰 폭(7.6%)으로 증가하여 전체 농산물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FTA 체결국 가운데 농산물 주요 교역국(경제권)인 ASEAN, 미국, EU로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6.3%, 14.3%, 25.9% 증가했다. 그 외 중국, 호주, 인도, EFTA, 칠레, 페루로의 수출도 모두 증가했다. 그동안 엔저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對일본 수출액도 소폭(1.6%) 증가하였다.

2011년부터 EU, 미국 등 주요 국가 및 경제권과의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전체 농산물 수입은 오히려 정체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이는 국내외 경기침체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품목별로 살펴보면 결코 방심할 수가 없다. 2015년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국제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국내 수급 요인의 영향으로 몇몇 품목의 수입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수입량은 국산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하여 국산 자급률이 40% 이하로 하락하였다. 오렌지 수입량은 미국의 작황호조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으로 전년 대비 38.7% 증가했다. 부류별로 살펴보면, 곡물 수입 감소가 전체 농산물 수입 감소를 주도했고, 나머지 과일·채소, 축산물, 가공식품 수입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수출부문에서도 물류비, 해외 마케팅, 수출기반 조성 등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그 한계가 엿보인다. 즉, 농식품 수출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농산물 수출구조 개선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농산물 수출대상국은 일본, 중국, ASEAN, 미국 등에 편중되어 있다. 이상 4개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62.3%이다. 수출 품목도 가공식품 위주로 그 비중이 74.4%에 달한다. 따라서 농산물 수출선과 품목의 다변화가 요구된다.

이처럼 FTA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앞으로 국제 통상질서 재편도 예고되고 있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를 계기로 확대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시장개방화를 표방하는 FTA 중심의 통상 전략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미국의 TPP 탈퇴로 향후 다자간 FTA 협상의 중심축이 RCEP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정치적 문제가 심각한 통상 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도가니’이다. 분명한 건 향후 국제 통상질서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란 점이다.

그동안 시장개방화의 시류에 편승하여 FTA 중심의 통상 전략을 펴온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 가운데도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 농업부문에서도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농산물 수출 경쟁력 강화로 농업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는 의미의 ‘거안사위(居安思危)’를 2016년 농업분야 FTA를 결산하고 도래할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현 시점의 화두로 던져 본다. 이는 춘추전국시대 왕의 총애를 받던 신하의 진언(盡言)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1월 18일 우리 연구원에서 주최한 2017년 농업전망대회의 핫이슈 중의 하나는 돼지 생산액이 그동안 농업생산액 1위를 고수해왔던 쌀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는 올해 큰 변수가 없는 한 돼지 사육두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양돈산업의 이러한 발전추세는 2010년 말부터 발생한 일련의 가축질병에 따른 피해를 감안할 때 그 의미가 매우 크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발생한 구제역으로 돼지 총 사육두수의 약 30%인 332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그 결과 2011년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대비 71.2% 증가한 52.4만 톤을 기록했다. 다행히 이후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나 2014년 상반기에 돼지유행성설사병,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구제역, 2016년 구제역과 돼지열병이 연이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돈산업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추세만을 놓고 보면, 양돈산업이 시장개방화시대를 맞아 위기에 직면하여 자칫 국내 시장점유율을 수입산에 빼앗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극복하고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소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강하다고 표현한다.
 

모든 품목 혹은 산업의 회복탄력성이 양돈산업처럼 강한 것은 아니다. 회복력이 약한 산업이 가축질병, 이상기후 등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점유율을 수입산에 내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근이 대표적인 품목 중의 하나이다. 2004년 9월 집중호우, 2007년(나리)과 2012년(볼라벤, 덴빈)의 태풍 피해로 제주산 당근 생산량이 급감했고, 이를 계기로 당근 수입이 급증했고 국산 자급률은 이미 50% 이하로 하락했다. 이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산 겨울당근 생산량이 2015년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자급률 회복 가능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2016년 말부터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2천만 마리 이상이 매몰된 산란계산업의 회복력은 어떨까? 국산 계란 공급량이 부족하여 급기야 신선 계란이 수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AI가 상시적으로 발생하여 수입계란 소비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듯 보인다. 다시 말해 대부분이 산란계산업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있다. 그러나 산란계 사육규모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1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신선 계란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축질병 발생이 점차 상시화되는 가운데 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기도 어렵다.
 

사실 이상 당근의 사례에서 처럼 특정 품목의 자급률 하락의 원인을 가축질병, 자연재해 등의 불확실성 요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수익성 저하에 따른 농가의 생산의욕 저하, 농업인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기반 약화,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농업의 회복탄력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다수의 FTA 이행으로 본격화되는 수입개방은 회복탄력성이 약한 산업에 더욱 치명적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당면 문제들은 곧 우리 농업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인 셈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AI가 진정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정부, 관계 기관 및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산란계산업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감기를 앓은 뒤 저하된 체력 보강에 힘쓰는 것처럼, 해당 산업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 즉, 단순히 산란계 사육마릿수 회복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산란계산업의 피해가 컸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설령 앞으로 재발한다고 할지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기간 내에 회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강화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닭들의 비극(?)이 하루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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