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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체제 회복 땐 ‘관세 인하’ ‘추가 개방’ 압박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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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대희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11월 9일
정 대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11월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공화당의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꺾고 당선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은 반(反)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 정치 분석전문 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 등은 모두 바이든의 승리를 예견했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초압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 외 많은 기관도 바이든의 승리를 예견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예견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반트럼프’ 정서가 미국 전역에서 높아지는 추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심한 손상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미국의 주도로 협상을 이끌고 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세계 자유무역을 위축시켰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를 재협상했고, TPP 탈퇴 영향을 축소하고자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을 압박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통상정책을 추진해왔다.


또한 트럼프는 자유무역을 주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게다가 파리기후변화협약·세계보건기구(WHO)·유엔인권이사회(UNHRC)·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이란핵협정 등 각종 국제기구·협정에서 탈퇴하며 미국의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했다.


트럼프정부의 대내외적인 실패는 반트럼프 정서와 바이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이는 결국 바이든을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이끌었다.


바이든의 공약 중 우리나라 농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농업·환경·국제통상 등이다. 바이든이 후보 시절 언급한 주요 농업정책으로 ▲자국 내 농작물보험 강화 ▲농촌지역 광대역 인터넷 보급(Broadband) ▲헬스케어 강화 ▲친환경농업 확대 등이 있다. 환경정책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탄소조정세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이 있다. 통상정책은 미국과 우방국의 이익을 반영한 다자통상체제로의 복귀, 자유무역 확대 등이다.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와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곡물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농업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통상정책이다. 미국의 농업정책은 주로 자국 내 이슈에 집중돼 있고,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통상질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WTO 기능을 부활함으로써 다자주의체제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을 양자간의 불확실한 제재보다는 WTO 체제 안에서 규범에 근거한 일관된 방식으로 풀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WTO 기능이 부활하는 경우 한국은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미국·유럽연합(EU) 같은 선진국들은 한국도 선진국의 입장에서 농업협상에 참여하기를 요구할 수 있다.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양허와 국내 보조 감축, 저율관세할당(TRQ) 관리제도 개편 등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탈퇴한 TPP에 재가입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타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은 우방인 한국의 TPP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체결한 FTA 수준에서 한국의 TPP 가입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미국은 일본의 TPP 가입 선결조건으로 쌀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고 쇠고기 수입 월령 제한을 30개월로 확대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일본도 한국에 최소한 자국 수준 이상의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농업분야의 추가 개방에 대응해야 한다.


이밖에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EU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TTIP가 타결되면 가장 높은 수준의 무역 규범이 새로운 통상질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원산지 규정, 지적재산권(지리적표시제),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 국영기업 같은 분야에서도 향후 협상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미국은 우방과 함께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라시아지역에서의 우리나라 농업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탄소조정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탄소조정세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정책의 하나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바이든은 환경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에 관세나 쿼터 형식으로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탄소조정세가 국제 규범으로 도입된다면 국내 농업분야에도 기후변화에 보다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농산물 수출입과 관련해 탄소조정세 적용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든정부는 트럼프정부처럼 자국의 이익 확대에 힘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추진하는 방식은 트럼프정부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정부에서는 다자주의가 회복되고 국제 통상질서의 불확실성이 감소함에 따라 국제 무역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농업부문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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