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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바이오매스의 지역 에너지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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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민경택

산림 3월호 기고 | 2021년 3월 1일
민 경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산림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이용 필요성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은 성숙하였으나 임목자원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낮다. 2019년 용재 생산액은 4424억 원에 불과하다. 산림을 그냥 두어 환경자원으로 관리할 수도 있지만 임목이 노령화하면 생장이 정체하여 탄소흡수원 기능이 약해지고 공익 기능 발휘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산림자원을 적절히 이용하여 ‘심고 - 가꾸고 - 수확하여 - 이용하고 - 다시 심는’ 순환형 임업을 구축해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국산 목재는 외국산 목재와 비교하여 품질과 가격에서 불리하므로 고부가 제품으로 이용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에 산림자원을 에너지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숲가꾸기 산물 또는 저급 임목을 농산촌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로 이용하여 에너지 자립과 저탄소 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임업 활동을 자극하여 산림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산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역 내 이용은 운반 비용을 낮추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하여 화석연료 비용은 도시로 또는 국외로 유출되지만 산림바이오매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지역에 머무는 효과도 있다.


국내 정책 여건도 산림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이용에 우호적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필요, 탈원전에 대응한 에너지 믹스 전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감축 등이 중요 과제로 대두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하고 부처별 세부 전략을 발표하였다. 산림청도 산림의 탄소흡수능력 강화, 신규 산림탄소흡수원 확충,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 활성화, 산림탄소흡수원 보전·복원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산림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이용이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기여하는 것은 재생 가능, 화석연료 대체, 저장 가능, 국내의 풍부한 자원량, 탄소중립 등이다. 농산촌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산림자원을 에너지로 이용하여 에너지 자급을 달성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발전(發電)보다는 열 이용

우리나라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5.56%(2018년)이며,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산림바이오매스의 비중은 15.3%이다. 산림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이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목재펠릿인데,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RPS)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소비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목재펠릿 소비량의 91.3%(2019년)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에너지 보조금이 외국으로 나간다는 비판을 듣는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인상에 따라 미이용 목재칩의 소비도 늘어났다. 그러나 발전은 많은 양의 연료를 필요로 하면서 낮은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목재칩의 장기적인 안정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 장거리 수송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소규모 분산형 열에너지 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산림바이오매스는 발전과 열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데, 에너지 변환 효율에서 차이가 있다. 발전에 이용하면 20~30% 정도이지만 열로 이용하면 70~80%에 이른다. 소규모 발전에서는 효율성이 더욱 나아진다. 또 지역의 전력 수요가 일정하지 않아 지산지소형으로 사용하기보다 한전 계통에 판매하는 것이 낫다. 발전기 운영에는 높은 수준의 관리 기술이 필요하여 농산촌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에 비하여 열 공급에는 소규모 시설도 가능하고 지자체 산림사업으로도 연료를 충당할 수 있다. 열 수요 변동에 대응하여 공급을 쉽게 조정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산림바이오매스를 농산촌 지역 에너지로 이용하는 데 열 공급이 바람직하다.


연료로써 목재펠릿과 목재칩이 있는데, 목재펠릿은 너무 비싼 연료이고 지역에서 제조하기에 부담도 크다. 목재칩은 소형 기계로도 쉽게 제조할 수 있으므로 소규모 산림 소유자들이 직접 임목을 수확하고 목재칩으로 가공하여 에너지 시설에 판매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목재칩을 이용한 열 이용이 농산촌 지역 에너지로 적합하다.


홋카이도 시모카와정의 사례

일본과 유럽에도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발전 시설이 다수 있지만 지역의 범위에서 보면 열 공급이 더 많다. 특히 산림이 많은 지역에서 산림자원을 에너지로 활용하며 에너지 자립과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홋카이도 시모카와정도 그 사례의 하나이다.


시모카와정은 1960년대 임업·목재 산업이 활발하였지만, 임업이 쇠퇴하고 인구 유출이 늘어나면서 침체된 곳이다. 지자체는 임업을 중심으로 지역의 진흥을 추진하기 위해 산림자원을 낭비 없이 사용한다는 목표로 생산(임업) × 가공(임산업) × 수요(바이오매스 산업)의 일체화를 추진하였다. 공공건물 건축에서 지역산 목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숲가꾸기 산물과 가공 폐잔재 등을 에너지로 이용한다. 산림바이오매스 열 공급 시설을 조성하고 공공시설 중심의 열 공급망을 구축하여 지자체 청사를 비롯한 공영주택, 노인 복합시설, 학교와 병원 등에 열을 공급한다.


지금은 11기의 목재칩 보일러를 사용하여 30개 시설에 열을 공급하고 공공시설 열 수요의 64%를 자급한다. 2017년 기준으로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과 비교하여 연간 약 1900만 엔의 비용을 절감하고 약 3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였다. 비용 절감액의 절반은 보일러 갱신 비용으로 적립하고 절반은 학교급식 등 보육사업에 지출한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화석연료 업체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바이오매스 에너지 시설 운영에 참여시켜 수익을 나눈다.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이 성공하려면

산림바이오매스의 지역 에너지 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산림청은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추진한다. 2020년에 원주시와 완주군을 선정하고 지원을 결정하였다. 수년 전 ‘산림탄소순환마을’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중단된 현실에서 보완해야 될 점들이 있다. 기존 사업의 부진 요인은 수요 예측과 연료 비용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사업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연결해야 한다. 에너지 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려면 안정적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 산림탄소순환마을은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수요 변동에 대응하지 못했다. 지자체 청사와 복지시설 등 수요가 많은 공공기관을 수요처로 우선 확보하고, 부수적으로 가구와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시설의 입지도 수요처가 밀집한 곳을 선정하여 배관의 열손실을 줄여야 한다.


둘째, 연료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시설 규모와 가동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목재칩 비용이 10만 원 이상이 되면 비용 이상의 수입을 얻기 어렵다. 임도를 확충하고 수집 체계를 효율화해 연료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처음부터 에너지림을 조성하여 육림 비용을 줄이거나 숲가꾸기 산물 수집을 일부 보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산지 재해를 예방하는 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에너지 시설 운영에 지역 주민 외에도 산주, 원목 생산업자, 지자체, 국유림 관계자 등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이익을 공유한다면 에너지 비용을 줄여 값싼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자체가 수요처 개발과 연료 공급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책적으로 해결할 과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발전의 에너지원 믹스를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열 공급에도 재생에너지 이용 계획을 세우고 산림바이오매스의 열에너지 사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열 공급에도 가격을 지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U는 산림바이오매스의 수집 비용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재생 열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재생 열에너지 차액지원제도 등으로 열에너지 가격을 지원하는데, 기후변화 대응과 농산촌 활성화에서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예산 당국을 설득하고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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