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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기후위기…농업재해 예방·보상·위험관리 삼박자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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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후

농민신문 기고 | 2023년 8월 22일
김 태 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기후변화의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국제연합) 사무총장은 올해 7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닌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에 진입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전세계가 기후변화 시대에서 기후위기 시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 잦고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위기 시대 선언은 기상이변으로 농업의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농업은 기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농업분야 재해대책을 다시금 점검하고 기상재해대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안전망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시점이다.


영농 형태와 규모가 다양한 우리 농업에서 재해대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책과 사후 보상책을 적절하게 조합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먼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전 예방책을 살펴보자. 재해 사전 예방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기상정보 전달이 주를 이룬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이 농장 맞춤형 정보를 농가에 전달해 사전적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대상 지역이 남부지역과 충청지역 일부로 한정돼 다수 농촌지역이 기상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른 시일 내 대상 지역을 넓히고 전국적인 기상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모든 농가가 조기경보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면 기상재해를 줄이고 농민의 안전재해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상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도 역시 높아져 조기 경보를 넘어서 해당 농가에 맞춤형 영농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사전 예방책의 효과를 높일 순 없다. 농민도 기상재해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가 경영위험관리 교육이 요구된다. 재해 예방에 도움을 주고 농업재해보험 운영의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후 보상책을 보면, 현재 정부의 농업분야 기상재해 사후 대책은 재해대책과 농업재해보험으로 이분화돼 있다. 재해대책은 농경지와 시설물 복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작물에 대한 직접 지원은 대파대와 농약대 지원으로, 생계구호 측면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재생산에 필요한 기본 비용만 보전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재해보험이 도입됐다. 2001년 사과와 배가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된 이후, 대상 품목과 축종이 확대됐다. 지금까지 농작물은 70개 품목, 가축은 16개 축종으로 대상이 늘었다. 전체 농업생산액 가운데 농업재해보험 대상 품목·축종의 생산액 비중이 약 90%다. 그동안 보험 가입 대상을 늘리며 표면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재해대책과 농업재해보험이 튼튼한 경영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하고 여전히 정책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시·군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가 인정돼야 재해대책이 발동한다. 이 때문에 개별 농가는 맞춤형 보상 측면에서 농업재해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전체 가입률은 50% 수준이고 20% 이하의 가입률을 보이는 품목이 여전히 존재한다. 저조한 보험 가입률 탓에 실제 재해 위험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률을 우선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보험 가입으로 재해 위험에 대비하는 농가가 많아지면 위험 분산으로 보험료율 또한 낮아져 전체적으로 농가가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입률 증가와 더불어 보험 품목의 지역 확대도 필요하다. 아직까지 시범사업에 머물러 지역 확대가 더딘 품목들이 다수 있다.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보험 품목의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료율 산정에 필요한 기초통계 등 제반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작업은 미진하다. 정부, 보험사, 보험 관련 기관 및 연구기관의 노력이 요구된다. 해당 지역의 품목 농민도 위험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은 혼작(混作)으로 인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이다. 현실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제도가 개선될지라도 한 필지에 여러 작물을 심는 경우 보험 가입이 어렵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소농은 여러 작물을 한 필지에 함께 심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이 아닌 다른 위험관리 수단을 통해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시범사업인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과 재해대책을 적극적으로 개편하거나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소득안정계정이다. 소득안정계정은 재해가 없는 해에 일정 금액을 적립한 후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인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캐나다가 위험관리제도로 소득안정계정을 운영 중이며 일본은 수입보험에 적립을 결합한 제도를 시행한다. 농업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농은 이같은 제도로 재해 위험을 일정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수단은 미국의 비보험 작물재해 지원프로그램(NAP)을 한국 현실에 맞게 수정해 제도화하는 것이다. NAP는 보험 대상이 아닌 품목들을 재해 위험의 안전망으로 편입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농민은 정부에 보험료와 유사한 형태의 금액을 지불하고 재해 발생 시 손해평가를 통해 산정된 금액을 보상받는다. 혼작의 경우 기존 보험제도로 끌어안기 어렵지만, NAP를 활용한다면 경영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러한 위험관리 프로그램들을 당장 도입하기 어렵겠지만 재해로부터 경영안전망을 강화하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유례가 없는 극한호우에 이어 태풍과 폭염까지, 농업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모든 재해를 사전 예방할 수 없지만, 재해를 완화할 사전 위험관리 수단과 사후 보상책을 강화하고 농업재해 종합관리 정책을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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