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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위기 속 영농 불확실성 증폭…“농업을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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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두봉

농민신문 칼럼 | 2023년 8월 24일
한 두 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축구를 잘하려면 발밑의 공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 선수와 상대편을 살펴보고 패스를 잘해야만 골을 넣고 승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농업의 미래 발전을 논하기 위해선 우리 농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가 살펴보고 최소 50년 후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 모습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한국 농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대규모 인구가 유출됐고 농가와 농가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1990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농가수는 176만9000가구에서 103만5000가구로, 농가인구는 666만1000명에서 231만4000명으로 줄어들었다.


농촌에서 비교적 젊은 사람 중심으로 이농이 진행된 반면 도시청년의 귀농은 적다보니 농업경영주 고령화는 심화했다. 1990년 39세 이하 농업경영주 비중은 14.6%였지만 2020년에는 1.2%로 줄었다. 이 기간 60세 이상 경영주 비중은 31.3%에서 71.8%로 급증했다. 신규 청년농의 유입은 적고 은퇴 시기를 지난 고령농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고자 영농활동을 지속하는 형국이다.


농지면적도 줄었다. 논밭 면적은 1990년 210만9000㏊에서 2022년 152만8000㏊로 감소했다. 농가인구 감소로 자연적으로 노는 농지가 생기고 도로·산업단지·신도시 개발로 농지전용이 가속화한 것이 주원인이다. 농지와 농가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면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이 흔들리고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 농업은 수십년간 농가인구 급감과 고령화, 농지면적 감소, 농산물시장 개방 등 안팎으로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한 저력이 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이라는 초유의 충격을 겪었음에도 농림업 생산액은 1997년 30조4000억원에서 2021년 61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우선 경제 발전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로 축산업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와 가금류 등 중소가축을 중심으로 상업화와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둘째는 농업 생산성 향상 덕분이다. 농업 생산성 증가로 제한된 인력과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농업 성장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업은 환경 규제 강화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투입 농법에 따른 환경 부하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생산성도 최근 증가 둔화 또는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구절벽, 기후위기, 잠재성장률 하락 등 대내외적 위기는 우리나라에 전에 없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우선 한국 인구는 2022년 514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총인구 감소와 맞물려 농가인구도 감소해 농촌 소멸위기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으로 5년마다 청년농을 3만명씩 육성한다고 하더라도 2070년 농가수는 약 40만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위기도 빠르고 심각하게 다가온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재배 적지가 달라지고 언제 어디서 자연재해가 발생할지 예견하기 어려워 영농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의 건강 위험도 커진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1991∼1997년) 연평균 7.3%에서 계속 하락해 금융위기 이후(2009∼2019년)에는 3%까지 추락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2070년까지는 연평균 1%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하고 국내 농식품 총소비량도 줄어들 것이다.


종합하면 약 50년 뒤인 2070년 한국 농업이 직면할 위기는 공급 측면에서는 후계인력과 노동력 부족, 수요 측면에서는 인구절벽과 고령화로 인한 농식품 소비 급감 및 국내시장 위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전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 상시화, 물·토지 등 자원 고갈과 에너지 비용 증가가 위협 요소로 다가올 것이다.


복합 위기 속에서 농업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 그랜드플랜을 세워 농업을 혁신해야 한다. 첫째, 농가 고령화와 농촌 소멸에 대비해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청년농을 보다 적극 육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용이하게 농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인구감소로 위축될 농산물 판로를 늘리기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타고 고품질·고부가가치 한국 농산물과 식품의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농식품산업의 디지털혁신을 가속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1차산업인 농업을 2차(가공)·3차(유통·관광·문화)·4차(디지털·로봇)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10차 미래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넷째, 노동력·농지·물·에너지 등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순환 농업을 실현하고 탄소중립에 기여해야 한다. 영농 형태별로 적합한 스마트팜 기술을 보급해 자원 절약형 농업을 정착해야 한다.


다섯째,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 재난관리시스템을 정착해야 한다. 폭염·폭우·태풍·산불·산사태 등 재난 유형별 사전예방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고 재수립해야 한다.


여섯째, 인구감소에 따라 도농 통합형 광역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출퇴근형 농사가 일반화할 것이다. 귀농한 청년들은 외롭게 농촌에서 홀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가령 충남 당진에서 농사짓는 농민은 주변 거점도시인 천안 또는 아산에 거주하길 원한다.


끝으로 일곱째, 농정 거버넌스를 혁신해야 한다. 중앙정부 중심 농정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단체가 협력해 지역농업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권한을 주고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식량안보 강화, 농가 경영 안정,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 안정, 해외시장 개척, 국제농업 협력과 원조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농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이다. 농산물은 필요할 때 공산품처럼 바로 공장에서 만들 수 없고 돈이 있다고 바로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젊고 혁신적인 농민이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해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이 실현되는 2070년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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