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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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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3년 12월 4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농산물의 기업간거래(B2B)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11월30일 본격 출범했다. 그동안 온라인 도매시장을 개설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있었다. 필자는 2015년 도매시장 경매의 ‘이미지 경매’를 연구해 시험운영한 바 있고, 가락시장 몇몇 도매법인에서 실제 화상거래를 했다. 2∼3년 전부터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협경제지주가 온라인 거래를 시범운영했다. 2년 전엔 온라인 도매거래 마스터플랜이 수립됐고 1년간 시스템이 개발됐다. 올해 10월부터는 파일럿 사업(시범 사업)을 통해 시스템을 수정·보완하고 11월30일 온라인 도매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소매유통에서는 이미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했다. ‘빅3’로 대표되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오프라인 소매유통을 주도했고, 2010년대 들어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오프라인 소매유통 시장을 장악할 기세다. 청과물 유통량의 50% 이상이 거래되는 전국 32개 도매시장, 농산물 산지출하와 유통을 담당하는 농협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온라인화가 더딘 농산물거래도 이제 디지털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 설립·운영된 공영도매시장은 농산물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수집하고 소비지에 분산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신선농산물의 소비자 구매 만족도를 제고했다. 하지만 이후 대형 유통업체의 소매유통 비중이 확대되고 산지농가 등 생산자조직의 직거래가 증가해 농산물 유통량의 4분의 1 정도가 산지에서 직접 조달됐다. 이제는 산지 농산물거래를 온라인 유통에 흡수해 농산물 유통방식이 다변화하고 유통경로간 경쟁까지 심화하고 있다.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는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화’를 내세우고 농산물 도매거래에 온라인을 접목하는 혁신을 모색하게 됐다. 올초 발표한 ‘농산물 유통 선진화 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도매시장도 단순히 농산물을 거래하는 장(場)으로서 역할보다 물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디지털화를 추진해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도매거래의 경쟁을 촉진하고 발전을 이끌며 유통 효율을 높여 궁극적으로 생산농가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산지 출하자는 직접 대량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도매법인에 위탁판매해 차별화할 수 있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는 일종의 ‘특설매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농산물이 비대면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상품 선별과 표준화가 잘되고 변질이 잘 안되는 상품, 생산자와 상품 브랜드가 잘 알려진 농산물거래로 특화될 것이다. 차별화가 안되는 일반 농산물은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거래가 쉽지 않고 지속적인 거래가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판매자가 상품가격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구매자는 제시된 상품과 가격을 선택하는 거래가 주로 이뤄져 판매자 중심의, 생산농가를 위한 도매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물을 보지 않고 농산물 정보만으로 거래하는 특성상 초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래도 어느 시점에서는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다. 온라인 도매거래가 늘면 기존의 오프라인 거래물량의 일부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산지와 소매업체간 직거래 상품 일부도 온라인 도매로 거래될 것이다. 이는 유통경로간 경쟁을 촉발하고 균형적인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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