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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쌀로 차별화해 수요를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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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두봉

농민신문 칼럼 | 2023년 12월 27일
한 두 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쌀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밥쌀용 쌀의 1인당 소비량은 1990년 119.6㎏에서 2022년 56.7㎏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쌀이 남아도니 가격이 하락하고 농업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과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맛이 부족한 다수확 통일미를 보급하다보니 쌀 구매 선호도가 감소했다. 둘째, 빨리빨리 문화가 맛있는 밥을 사라지게 했다. 식당에서는 밥을 미리 공기에 담아둔다. 이러면 좋은 쌀로 밥을 지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밥알이 엉겨 붙어 맛이 없어진다. 셋째, 국민소득이 늘면서 밥 대신 다양한 식품군과 육류 소비가 증가했다. 넷째, 밥을 비롯한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다. 다섯째,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쌀 요리가 보급되지 않았다. 일본·태국·베트남 등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침에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쌀 요리가 부족하다.


지난달 중순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 들러 시중에 나온 쌀 브랜드와 가격을 조사했다. 매장에서는 약 30개 브랜드의 백미가 판매되고 있었다. 조사 결과, 품질이 가장 좋은 쌀과 나쁜 쌀의 가격은 2배 이상 차이 나지 않았다. 반면 쇠고기는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쇠고기와 달리 쌀은 가격 차별화가 크지 않은 채 판매되던 것이다.


쌀은 특·상·보통 3개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매장에 있던 30개 쌀 중 특등급은 11개로 37%에 불과했고 대부분(18개)은 상등급에 그쳤다.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특등급 쌀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가 쌀 등급을 잘 모르고 가격도 얼마 차이 나지 않으니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특등급을 유통할 유인이 없어서다. 쌀은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밥맛이 좋지만, 단백질 함량 표기는 권고사항이라 매장에서는 3개 브랜드 쌀만 이를 표기하고 있었다. 깨끗한 무세미는 딱 1개밖에 팔지 않았고, 유기농 쌀은 3개밖에 없었다. 누룽지향 등이 나는 향미는 3개뿐이었다.


쌀 소비가 늘어야 우리 농업이 산다. 쌀 소비가 줄면 같이 즐겨 먹는 김치 소비도 줄고, 배추·무·양념채소 등 농산물 소비도 감소할 것이다. 농산물 소비가 줄면 농민은 작목 선택이 어렵고 가격변동은 심해진다. 또한 벼를 경작하는 논면적이 축소되면 홍수 등 재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쌀 소비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소비자가 맛있는 쌀을 구매할 수 있도록 품평회를 통해 우수 쌀을 선정하고 적극 홍보하자. 우수 품종을 보급하고 특등급 쌀 위주로 판매하며, 단백질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고 무세미를 확대 보급하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쌀을 보급하자. 셋째, 밥을 맛있게 조리해 먹는 방법을 널리 알리자. 5㎏들이 이내로 소포장을 해 유통하고 저온 저장하도록 알리며 소비자단체는 식당에서 공깃밥을 없애는 운동을 이끄는 것이다. 넷째, 쌀·콩이 중심이 된 한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을 지키는 방안임을 알리고 올바른 식생활 교육도 제공하자. 다섯째, 간편 조리가 가능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보급하자. 청소년 건강을 위해 아침 학교급식을 제공하고 천원의 아침밥 등 아침밥 먹기 운동도 계속 추진하자. 여섯째, 해외시장을 개척해 쌀 수출을 확대하자.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끄는 김밥·비빔밥 등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를 통해 우리쌀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쌀 시장격리와 가격 보장만으로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결할 수 없다. 국내외 쌀 수요를 늘려야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이 식량안보를 지키고 국가 재난도 막을 수 있다. 소비자·생산자단체·정부가 합심해 쌀의 국내외 수요를 늘려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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