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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고물가 대응, 품목별 매뉴얼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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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상효

중앙일보 기고 | 2024년 4월 10일
김 상 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상 재해와 병충해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으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산물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보면 지난 2월에는 20.9%, 3월에는 20.5%로 두 달 연속 20%를 넘었다. 1월 대비 2월의 상승률은 5.7%였는데, 2월 대비 3월은 1.3% 상승에 그쳐 다행히 차츰 진정되는 추세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들이 점차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 농업의 불안정성도 커졌다. 요즘은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다. 지난해 내내 농민들은 냉해·서리·폭염·집중호우·폭설에 시달렸다. 대부분의 농산물 생산은 기후 의존도가 높고, 농산물의 특성상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할 수도 없다.


그래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생산을 단기간에 급하게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역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외국에서 즉각 수입할 수도 없다. 농산물 공급을 결정하는 기후와 자연조건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은 정부의 최우선 민생과제다.


이번 농산물 고물가 사태는 이달 들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품목을 바꿔가며 고물가 현상은 또 찾아올 것이다.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 시대에 한국사회는 농산물 고물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농산물 물가를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기상재해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은 오른다. 생산량이나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을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은 다른 재화에 비해 구매 빈도가 높고, 가격이 쉽게 확인되기 때문에 물가 체감도가 높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전체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1000에 38.4, 즉 3.84% 수준이다. 고물가가 지속하는 기간도 길지 않고 일시적일 때가 많다. 변명 같지만 농업인도 정부도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구매처를 다양화하고 대체품을 찾는 등 슬기로운 소비생활로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인근 전통시장, 하나로마트, 대형할인점,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구매처의 가격을 일상적으로 비교하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농산물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물론 경상북도의 사이소, 전라남도의 남도장터 등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하는 쇼핑몰이나 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 생산자에게는 유통비 절감,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구매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농축산물 할인쿠폰도 최대한 활용해 일시적 농산물 고물가 위기를 건너는 소비자의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민과 농업인을 동시에 지킬 수 있도록 관련 연구자들은 미래 농산물 수급에 대한 연구를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제시된 정책 대안이 신속히 실행되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농산물 수급 불안정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하면 국가 예산 사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고물가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신속하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품목별 매뉴얼도 준비해야 한다. 품목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대응 매뉴얼은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대처하기가 가장 어려운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집중하는 지원 대책도 철저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각국 정부와 농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수산물 고물가 상황은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선호하는 국민에게도, 양질의 농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기를 원하는 농업인에게도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식량 안보를 지키고 우리의 소중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 고물가의 고난을 슬기로운 소비 생활로 극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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