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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청년 정책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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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한국4-H신문 기고 | 2024년 4월 15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일부 농촌은 소멸 위기에 내몰려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농촌 지역 활성화의 핵심 전략으로 세대교체(generation renewal)가 강조되고 있다.


청년의 신규 유입과 이탈 방지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새로운 생각과 역량을 통해 농촌을 새롭게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령층보다 유출이 심한 청년층이 농촌으로 유입해온다는 것은 농촌 지역사회에 희망과 동기를 부여하고 농촌 발전을 더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미래세대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년(2022, 2023)간 농촌 청년(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19~39세 인구)을 주제로 연구(농촌과 청년 : 청년세대를 통한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 청년 대상 설문 조사 및 면담 조사 그리고 각종 국가 통계를 종합 분석한 결과, 농촌 청년에 관한 기존의 상식과 다른 다양한 사실들이 구명됐다. 농촌 청년의 소득은 도시보다 다소 낮고, 일자리 질과 생활 여건도 좋지는 않았지만 소득과 주거에 대한 만족이 높고, 전반적인 행복감이 도시보다 높았다.


세간에 청년들의 도시 집중을 문제화하면서 요즘 청년들이 모두 도시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뉘앙스의 언론 기사가 넘쳐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전체 청년의 15.8%가 농촌에 거주) 청년이 농촌을 자신이 원하는 삶의 양식의 실현 공간으로 여기고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청년 활성화 농촌 지역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청년들 정책 비중이 높고, 청년들의 정책 참여가 활발한 곳이었다. 이는 적절한 정책 개입으로 청년이 행복하고 청년이 유입되는 농촌으로의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만족을, 경제적 성취보다는 삶의 질을, 소유보다는 경험을, 효율성보다는 다양성 중시 성향이 강한 청년세대에게는 도시보다 농촌이 더 적합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다양성, 취향, 대안적 삶 선호를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준다면 농촌은 기회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향후 우리 사회가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농촌 인구 변화의 방향이 달라질 여지가 많다. 청년세대를 통한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농촌 청년의 이탈 최소화 및 도시 청년의 지속적 유입을 촉진하고 이들이 다양한 농촌 생활 분야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살면서 농촌의 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 역할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별도의 농촌 청년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교육 및 취업 기회 제한, 인프라 및 서비스 부족, 정치적 대표성 부족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적 삶을 선호하고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역 내 다양한 세대와의 소통과 더불어 지역 기여 활동을 활발히 하는 농촌 청년들이 있다. 이들을 적극 발굴하여 이들의 열정을 구심점으로 더 많은 청년이 자신의 잠재력을 농촌 공동체에서 발휘하도록 관련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난 정부 이후 청년농 육성을 위해 과감한 예산 투여와 정책 기반 조성으로 수십년간 감소해오던 농업 종사 청년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는 교육, 문화, 보건·복지, 지역 개발, 환경 등의 분야에서 농촌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성 제고에 있어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비농업분야 청년을 위한 체계적 정책 추진을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촌 사회 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농촌 청년 중 5%밖에 되지 않는 농업 종사 청년에 한정하여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진정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원한다면 농촌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의 1천4백여 개 읍면, 3만 7천여 개 농촌 마을 단위에서 활약할 활동가 육성을 위한 대학원 수준의 전문교육기관 설립과 이들이 교육 이수 후 농촌 현장에서의 활동을 지원하는 농촌 후계자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령화 위기가 심각한 농촌을 선별하여 거주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일정 기간 농촌에서 안정적 소득과 주거를 보장하는 농촌 청년 기본 수당과 주택을 제공하고, 농촌에서 특히 취약한 생활 분야인 의료·교육 분야 청년 전문인력(예 : 농촌 교사, 농촌 의사) 육성체계 마련 등 기존에 없는 혁신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더불어 청소년 세대에 대한 농촌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초·중·고 시절부터 농촌과 관련한 경험에 보다 많이 노출시키고, 농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 및 관계 형성 유도 차원에서 농촌청소년에게는 지역 알기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떠나는 교육’이 아닌 ‘머무르는 교육, 돌아오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도시 청소년에게는 농업·농촌에 대한 소양을 높여 농업·농촌의 중요성 인식을 바탕으로 농정의 지원자 및 잠재적 농촌 인력, 농촌 관계 인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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