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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옐로우시티' 희망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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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에는 여느 농촌 지자체에서 느낄 수 없는 ‘다름’이 있다. 고흐의 작품 속 해바라기가 연상되는, 따스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의 노란색이 풍경마다 자리잡고 있어서다. 읍 시가지 건물들과 담벼락, 심지어는 버스에서도 노란색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위적이거나 지나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노란빛은 맑은 공기를 지닌 쾌적한 농촌마을과 조화를 이루며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 도시에 꽃이 핀다…‘예술작품’ 변신
장성군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컬러 마케팅을 통한 색채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파란색이나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얀색처럼 도시 전체가 노란색을 주제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변신 중이다.

‘옐로우시티 색채 마케팅’을 처음 고안한 이는 민선 6기부터 장성군을 디자인하고 있는 유두석 군수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재직 당시 영국 유학 중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한 유 군수는 이후 벤치마킹과 연구, 전문가 자문을 거친 끝에 장성 황룡강을 모티브로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장성군의 도시 브랜드인 ‘옐로우시티 장성’의 시작이다.

군수가 고향의 변화를 위해 꺼내든 노란색은 단순히 ‘지역에 색을 입히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부유함과 희망을 뜻하는 노란색은 ‘지역발전을 통한 군민 행복’을 상징한다. 이를 잘 함축하고 있는 매개체가 바로 ‘노란 꽃’이다.


장성역 앞 도로 주변에는 활짝 핀 팬지가 샛노란 손 인사를 건넨다. 길을 건너면 제봉산 방향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이 바람에 조용히 나부낀다. 꽃들 사이, 골목 골목에서는 고흐의 작품들이 숨바꼭질 하듯 고개를 내민다. 장성읍에서는 매년 봄 ‘빈센트의 봄’ 축제가 개최된다.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와 ‘옐로우시티 장성’을 접목시켰다.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열리는 소박한 축제지만 아기자기한 봄꽃 거리와 고흐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벽화로 입소문이 났다.

4월에 빈센트의 봄 축제가 있다면 5월에는 ‘장성 황룡강 洪(홍)길동무 꽃길축제’가 열린다. 20년 역사의 홍길동 축제와 황룡강 꽃길이 만나 지난해 24만명이 찾았다. 최근 장성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조기 종식에 힘을 모으기 위해 올해 꽃길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가을 무렵에는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도 열린다. 3년 연속 100만명 방문을 달성했으며 두 차례 전남 대표축제에 선정된 바 있다. 장성을 넘어, 전국 대표 꽃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성과는 장성이 인구 5만명의 소도시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며 지역경제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2019 노란꽃잔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노란꽃잔치 총 방문객 수(100만2천986명) 가운데 89만3천661명이 외지 방문객이었다. 1인당 평균 지출 비용은 약 3만5천원으로 총 소비 규모는 장성군이 축제기간 동안 거둔 총 수익 가운데 87%(약 299억9천만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산뜻한 디자인 접목 이목 집중
장성의 진입로인 ‘옐로우게이트’는 광주에서 장성으로 향하는 국도 1호선 길목에 위치해 있다. 가로 34m, 높이 28m로 2018년 9월 건립됐으며 조명이 설치돼 있어 야간에도 쉽게 눈에 띈다. 군의 미래 비전인 안정, 상승, 희망을 형상화한 ‘옐로우게이트’는 대한민국과 세계 속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는 장성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고려시멘트 공장 앞 진·출입로는 탁 트인 도로와 세련된 조경이 어우러져 쾌적한 느낌을 준다. 장성군은 2018년 고려시멘트 앞 진출입로를 비롯해 장성읍의 주요 도로를 확·포장하는 ‘장성읍 도시계획도로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했던 좁은 진·출입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고 선형을 개선했다.

삭막했던 장성 고려시멘트 공장은 산뜻한 ‘옐로우 디자인’을 입었다. 거대한 사일로(Silo)가 커다란 캔버스가 돼 노란 물결을 거스르는 용의 모습을 담았다. 장성군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룡강은 전설을 지니고 있다. 예부터 황룡 ‘가온’이 숨어 살며 밤마다 마을 사람들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공장의 한 부분을 착색하는 데 있어서도 ‘도시의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고려시멘트 공장 아래 경관담장에는 장성군의 관문인 ‘옐로우게이트’와 관광 명소인 ‘황룡강 꽃강’, ‘장성호 수변길’을 담은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장성군과 기업이 함께 조성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여기에는 담장이 없었다. 공장 내부가 도로를 오가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나 경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장성군은 고려시멘트 측에 담장 설치를 건의했고 사(社)측도 이를 흔쾌히 수용해 지금의 경관담장이 세워질 수 있었다. 장성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곳에 옐로우시티 조형물을 설치해 도시 미관의 완성도를 높였다.


◇ 공간디자인 대상 등 수상 잇따라
장성역 인근, 철도 밑으로 이어지는 지하도와 교통 약자를 배려한 엘리베이터 입구는 마치 미술관에 들어선 듯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옐로우시티 장성’의 아름다움은 도심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성군은 향기나는 옐로우시티 조성사업(2016-2018년)을 통해 장성역 및 시가지에 루버 월(Louver Wall)과 엘리베이터 경관시설, 지하차도 경관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이렇게 조성된 경관 디자인은 (사)한국디자인협회의 ‘2019 올해의 공간 디자인’ 대상 수상과 대한민국 국토경관 디자인 대전 우수기관 선정 등 대외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장성군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군은 올해 처음으로 ‘옐로우시티 건축디자인 시책비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연면적 200㎡(60평) 이상의 민간 건축물에 도장공사비를 지원해 개인 소유의 건축물에 ‘옐로우시티’ 디자인 반영을 희망하는 군민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금액은 건물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도장면적 100-300㎡ 미만의 소규모 건축물은 300만원 이내, 도장 면적 300㎡ 이상의 중대형 건축물은 400만원 이내로 지원된다. 장성군은 올해 2월부터 신청받았으며 현재 대상자를 확정해 개별 통보하고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참여 문의가 쇄도해 지난 3월 추경을 통해 사업비 8천만원을 추가 확보했다”며 “4월 말 2차 사업에 참여할 주민을 공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



장성읍 시가지 전경을 조망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신축건물이 있다. 10층 높이의 건물 전체가 옐로우 콘셉트로 도색돼 있다. 은은하게 조색된 색감은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또 건물 주변 도로와 주차 공간도 포장돼 깔끔하다. 고급형 아파트 내지 최신식 오피스텔이 연상된다.


읍 중심지에 자리잡은 이 건물은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이다. 지난해 3월 준공한 장성 누리타운은 주거와 복지, 보건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현대식 노인복지주택이다. 고령의 입주자를 배려한 안전 설계로 2019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Barrier Free) 본인증’ 우수등급 평가를 획득했다.


누리타운의 임대료는 월 3-5만원, 5-7만원 선으로 법정 최저 수준이다. 건물 내에 사회복지관을 운영해 세대별 심층상담을 비롯한 각종 노인복지 서비스를 맞춤으로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보건소와 연계해 건강 체크 서비스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이 중단된 취미·여가교실, 건강증진실, 찜질방, 경로식당(평일 중식)도 입주민들의 선호도가 높다. 노후에 꼭 필요한 주거, 복지, 보건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 시스템’이 누리타운만의 독보적인 장점이다.

당초 장성군은 공공실버주택 사업 대상지가 아니었다. 2015년 건설교통부가 공공실버주택사업을 추진하던 초기 단계에는 광역자치단체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성군은 군 단위 지자체의 고령화 심각성을 피력하고 10여 차례 건의해 사업 대상 확대를 이끌어냈다.

이듬해 사업 공모에서 광주·전남 최초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군은 타 시·군의 사업 잔액을 추가해 최초 사업량(100세대)의 1.5배인 150세대를 확보했으며 건축비 164억원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입주자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누리타운 입주민 만족도 조사’ 결과 누리타운이 주거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긍정 평가가 96%에 달했다.

이달 1일 누리타운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모범적으로 운영돼온 장성 누리타운은 준공 1년 만에 고령자 복지주택 사업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집안의 어르신께 제일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 드린다는 마음가짐으로 누리타운 건립을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노인시책 발굴을 통해 어르신들의 노년에 건강과 활기, 행복을 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두석 장성군수 “5만 군민과 함께 희망 심었다”-

지금은 꽃축제 명소로 자리매김했지만 수 년 전만 해도 장성 황룡강은 꽃 대신 잡풀만 가득했다. 또 잦은 범람으로 인해 강 유역의 활용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옐로우시티 발원지’인 황룡강을 살려야 장성이 살아난다고 판단했다. 유 군수는 강 어귀에 꽃을 심고 꽃축제를 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미국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명패 앞면에 새겼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를 떠올리며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 같은 감동적인 축제를 만들 자신이 있었지만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군수직을 건다는 각오를 해야 했다”고 당시 절박했던 심정을 떠올렸다.

장성군은 황룡강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회복하고 치수 기능을 강화하는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준설을 통해 모래와 흙으로 고수부지를 1m 가량 높여 범람의 원인을 차단했다.

그러자 이제는 장성군민들이 소매를 걷어 붙였다. 군민들은 황룡강 일원에 1억 송이의 꽃을 심었다. 이렇게 변신에 성공한 황룡강은 방문객들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군수는 “황룡강은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성공한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군민들이 심은 것은 어쩌면 꽃 대신 ‘내일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군수는 “장기적으로는 황룡강의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지방정원 지정 단계를 충실히 밟아 가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장성군은 황룡강의 지류인 취암천의 휘어졌던 물줄기를 곧게 펴 부지를 확보하고 5천석 규모의 ‘장성공설운동장’을 건설 중이다.

유 군수는 “올해 말 공설운동장이 완공되면 2022년 전남도민체전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황룡강의 머리’ 격인 황미르랜드에는 테마공원을 조성해 항구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주매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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