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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여건] 예산 수억 퍼부어도 인구유출 계속…지방소멸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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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수억 퍼부어도 인구유출 계속…지방소멸 위기감 고조

"도시에선 집을 못 구해 난리라죠?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가 낙후돼 취업도, 창업도 힘들어요. 귀촌을 마음먹었던 청년들도 하나둘씩 도시로 돌아갔습니다."

전남 곡성군은 지난해부터 '곡성에서 100일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총 4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다. 펜션을 빌려 청년들에게 거주지를 마련해주고 생활비와 식비도 지원했다. 100일 동안 곡성 탐방, 지역경제 활성화 등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미션을 진행했다. 곡성에 터를 잡고 살려는 의지가 있는 청년에 한해 심사숙고해 뽑았지만 숫자로 본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참여자 30명 가운데 현재까지 곡성에 남아 있는 인원은 6명뿐이다. 올해 2기 프로젝트 참여자 23명 중에는 벌써 9명이 정착을 포기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자리 잡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주요 원인은 '일자리와 주택 부족'이었다. 군과 함께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서동선 팜앤디 대표(30)는 지난 7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부동산시장이 쇠퇴해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디자인, 사진과 같은 전문 기술이 있는 청년들조차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곳에선 10명 이상 일하는 기업체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곡성군은 전남의 '소멸 고위험' 지역 중 하나다. 인구는 2만8386명인데 그중 35.6%(1만118명)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KTX 곡성역 앞에는 '드림하이센터'라는 대형 팻말과 함께 세련된 한옥식 건물이 있다. 2017년 4월 군이 32억5000만원을 들여 지은 어린이 직업체험관이다. 민간위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계속된 경영난으로 애물단지가 됐다. 인구 유입을 위해 갖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처럼 예산 낭비만 되풀이하고 지방 인구 소멸을 늦추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빨라진 지방 인구 유출… 국회는 특별법 발의= 오히려 최근 지방 인구 유출은 더 빨라졌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3~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280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이 수도권 유입 인구의 7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멸 위험 1, 2위 지방자치단체인 전남과 경북은 해당 지역구 의원들과 공조해 올해 '지방소멸 위기지역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전남은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북은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손을 잡았다. 이 외에도 이원택 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총 5명의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들은 소멸 위기지역에 대해 주거, 교통, 문화, 교육, 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종합적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구 감소율, 재정 자립도 등을 따져 소멸 위기지역을 지정하고, 지역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또한 ▲지방 소멸 위기지역 지원 특별회계 설치 ▲지역 활력산업 육성을 위한 조세 특례ㆍ보조금 지원 ▲청년 취ㆍ창업 지원 ▲중소기업 세금 감면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법제처는 최근 이원택 의원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검토의견서를 행안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법안이 다양한 부처와 연관돼 있어 미리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 소멸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이다.

◆"공공이관 이전으론 안 통해"… 일본은 ICT 활용=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지정 등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막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수도권 인구 유입이 마이너스 양상을 띤다. 세종시 등 혁신도시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수도권에 살던 정부부처ㆍ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지방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 유입은 2017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지역일자리지원팀장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산업단지 개발, 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과 같은 기존의 개발식 접근 때문에 지역 쇠퇴가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며 "산학협력 등 청년 인재들이 모여서 살 수 있는 지원책과 함께 정주 환경과 교육ㆍ문화적 소프트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고령화와 지방 소멸 위기를 겪은 일본은 문제 해결을 위해 ICT를 활용 중이다. 산간지방까지 곳곳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공공버스'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지자체가 스타트업 회사들과 연계해 의료, 간호,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원격화했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통해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의 작은 도시인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는 일본의 대표적 스마트 시티로 꼽힌다. 이곳은 태양광ㆍ풍력 설비를 갖추고 있어 직접 생산한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식재료 생산, 산업 육성, 주민 건강관리까지 지방 내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공유 오피스를 통해 다양한 인재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프라도 갖췄다.

스마트시티 주민들은 손목시계형 디지털 건강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으며, 기록된 건강 데이터는 스마트 시티 내 건강센터로 전송돼 24시간 관리된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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