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나눔터 3월호-농정시선] 청년 창농 생태계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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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농 생태계를 만들자
글. 마상진 연구위원
현재 우리 농업·농촌은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정도로 농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네 마을당 청년 농가는 한 농가가 있는 실정이고, 청년 한 농가가 100호 이상의 고령 농가를 책임지는 구조이다. 강원도 철원의 한 마을은 109명의 주민 중에 4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뭔가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청년농 육성을 농정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청년 영농정착지원금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영농창업 지원은 도시뿐 아니라 농촌의 문제 해결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청년농 부족 문제를 우리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프랑스, 일본의 사례는 정책적 노력에 따라 충분히 농가고령화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청년농 정책을 펴는 프랑스는 이미 1970년대부터 노력해왔다. EU 차원의 청년농업직불금(연간 최대 300만 원) 외에 추가로 한화 2,000여 만 원의 기본수당을 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70년대 10%대이던 청년농 비율이 현재 20%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인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를 벤치마킹하여 과감한 청년농 투자정책을 시작했다. 40대 미만 신규 농업 유입자를 두 배로 증대시키기 위해 청년취농급부금(연간 우리 돈으로 1,200만 원을 청년농에게 기초생활비로 지급) 제도를 2012년부터 추진하였고, 제도 실시 후 채 5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그 효과를 보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전체 농가 대비 청년농 비중이 우리보다 낮던 일본이 2015년에는 우리 수준을 넘어섰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청년농 육성정책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되려면 지방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지역 참여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창농 단계별 종합 지원을 통해 청년 창업농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제기되는 문제별로 상호 분절화된 대증요법식 처방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업 단계를 세분화하고, 창농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유입·정착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창농 초기에 자본·기술·사회적 요인들이 기초 지자체 단위로 총체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지역 중심의 청년농 참여를 기반으로 한 농업인력육성 거버넌스 활성화가 필요하다.
지역 참여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창농 단계별, 창농 유형별 종합 패키지 지원을 통해 청년 창업농생태계의 구축을 위해선 우선 육성하고자 하는 청년농업인상이 설정되어야 한다.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유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및 국토환경 보전, 농촌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에 기여하는 농업인을 목표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창업농 육성단계를 준비기, 창농초기, 재구조화기, 정착기로 세분화하고 기존 관련 사업을 육성단계에 따라 체계화해야 한다.
이러한 중앙단위의 육성체계와 더불어 지역 단위 청년 농업인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역 단위 농업인력육성 계획 수립이다. 지역 농업 특성을 반영한 청년농 육성 목표를 지역 단위로 설정하고, 지역 발전에 의미가 있는 청년농을 어떻게 선발, 육성, 정착시킬 것인지 구체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역 농업인력육성계획의 추진 동력으로 농업인력육성 관련 주체 간 거버넌스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농업인력육성과 관련하여 가용한 각종 인적·물적 자원을 연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역 단위 청년 창농뿐 아니라 귀농, 농업교육, 농업고용 등과 관련한 역할을 포함한 농업인력육성 관련 업무를 전담할 지원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농 상담 → 교육 → 정착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기술, 자본, 사회적 지원이 패키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담 조직에서는 다양한 창농 유형(승계 창농형, 법인 취업 후 창농형, 임대농장 창업형, 제3자 승계 창농형, 공동창농형 등)별 맞춤형 지원사업을 실행해야 한다.
창농 초기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생활이 되도록 하여 농업경영역량 개발에 매진하고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비 지원과 더불어 이들의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바쁜 영농활동에서 벗어나 자기계발, 가족과 지역에 봉사할 시간적 여유를 공식적으로 보장해주는 청년농 휴가지원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청년농들의 다양한 문화·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차원에서 청년 농업인들의 자발적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도 필요하다. 이 밖에 농업 이미지 제고 및 예비 농업인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 추진, 청년 농업인 육성사업의 과학적 관리를 위한 정기 조사가 필요하다.
창업생태계는 창업자, 창업지원기관, 투자자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창업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환경을 말한다. 실패하더라도 청년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농업 분야는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했다. 실패를 경험한 만큼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관용 문화와 재기 가능한 지원시스템을 농업 분야 창업에서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농경나눔터 2018년 3월호 – 농정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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