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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7월호-KREI에 바란다] 달라진 연구 여건, 연구성과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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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연구 여건, 연구성과 기대 크다

글.옥치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위원

개원을 앞둔 국립농업경제연구소 시절, 사무용 타자기가 부서별 한 대씩도 돌아가지 못했다. 중요한 외부 보고 자료는 인쇄소에 넘겨 유인물로 만들었고 내부 자료는 필체 좋은 직원이 직접 작성했다. 보고서 원고는 200자 원고지에 작성하고 공문서는 타자를 쳐 만들었다. 기안문 원고를 들고 타자기 있는 부서에 가서 부탁을 해야 했다. 이후 타자기는 부서마다 잠깐 얼굴을 내밀더니 바로 사라졌다. 지금은 개인 컴퓨터에서 보고서는 물론 기안문 작성과 결재, 보관, 수발이 한 번으로 끝난다.

예산사정이 좋지 않아 조사출장 한번 갈려면 분기별 계획에 대해 사전 통제를 받아야 하고 절차도 복잡했다. 사전 승인된 사항에 한하여 일주일 전부터 출장결재를 받아야 했으며, 여비신청서를 작성하여 관리과(지금의 경영지원실)에 제출하면 다시 회계부서 결재 과정을 거쳐 출장 하루 전 해당 부서로 통지가 온다. 부서 서무가 수표를 받아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찾아왔다. 지금은 예산부족으로 출장 못가는 사례가 없고 경영정보화 진전으로 하루 만에 출장계획과 명령이 떨어지고 여비가 개인 계좌로 지급된다.

개원 이후에도 몇 년간 복사기 사정이 안 돼 주간업무보고 자료는 직접 등사하여 만들었다. 토요일이면 연구기획실에서 타 부서 자료를 받아 스텐실에 타이핑한 다음 청사 옥상 창고에서 잉크롤러로 밀어서 만든다. 잉크가 손에도 묻고 옷에도 튀었다. 토요일이 반공일인 시절인데 참석자 수만큼 자료를 만들고 나면 보통 오후 2~3시가 넘는다. 기획실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노트북으로 자료 공유도 가능하고 회의 자료를 각자 출력해 오는데도 전혀 불편이 없다.

전산장비는 카드펀치 1대와 정부전자계산소와 연결된 TTY(전신타자기) 및 모뎀 1대, KIST와 연결된 TTY 및 모뎀 1대가 전부였다. 연구자들은 통계자료와 패키지프로그램 사용을 위해 KIST 전산실로 자료를 싸 들고 다니면서 작업을 했다. 개원 후에도 1982년까지 전산시스템은 KIST와 연결된 Batch Terminal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후 컴퓨터는 정보처리 속도만큼이나 보급도 빨라 지금은 각자 한 대 이상의 PC가 지급된다. 다양한 S/W와 첨단장비를 구비하여 분석 작업을 지원한다.

1978년 말, 연구인력 42명 가운데 박사는 7명이었다. 초기 몇 년간도 박사 수는 10명 내외였다. 연구원은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내부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직원들의 해외유학 휴직 등 학위취득 장려제도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원의 박사학위 소지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지금은 연구원에 80여 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포함 150명 넘는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원을 거쳐 전국의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박사수도 100명을 훨씬 넘는다. 지난 1년간 연구자들의 부처 자문활동은 500회를 넘었다. 연구원은 이 분야 최고의 인재집단이다.

40년을 지내오며 이처럼 연구업무 여건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ICT가 발전하고 나라경제가 발전한 결과다. 또한 경제·사회적 여건변화로 연구과제도 급격히 늘어났다. 앞으로도 더 많은 더 빠른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 우수한 인력이 있고 첨단장비와 연구시설이 지원되고 있다. 연구하기를 좋아 한다면 원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농업·농촌이 어려울수록 우리 연구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정책수요자 눈높이도 맞춰야 하고 현안이 시급하지만 단기처방의 누적에 대한 부작용도 예상해야 한다. 전문연구기관으로서 기초연구를 축적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20년, 30년 후 국민들의 밥상과 농업·농촌의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연구성과로 농업·농촌이 변해가는 모습을 즐겁게 상상하면서….

<농경나눔터 2017년 7월호 – KREI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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