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나눔터 2월호-농촌愛 살어리랏다] 팜 아트시대, 모든 농부는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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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아트시대, 모든 농부는 예술가입니다 담양에서 단감 농사를 짓고 있는 가현정입니다. 작년 12월, 농사지은 단감을 예술작품으로서 전시하기 위해 서울 한가람아트갤러리에서 열흘간 초대전을 진행했습니다. 관람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농산물이 예술작품으로서 전시된다는 것을 상상도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명품 단감을 맛보는 방식으로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초대전은 제가 지은 책 속 명문장과 함께 사진과 삽화가 동시에 게재됩니다. 삽화는 담양에서 과일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오병철 농부 작가, 남편의 작품입니다. “아무나 아티스트 농부가 될 수 있나요? 작가님이니까 특별히 가능한 일이겠죠.” 모든 농부는 예술가라는 제 말에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반응입니다. 평범한 농부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인 오늘날, 그저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싸게 많이 생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예술가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최고 경지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입니다. 농촌의 현실이 어렵고 힘들다고 한탄하는 대신, 묵묵히 자신의 밭을 일구며 열정을 바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티스트 농부입니다. ‘팜 이즈 아트(Farm is art)’, 농업은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애쓰는 마음, 그야말로 장인정신이며 예술가의 태도입니다. 생명산업이자 인류의 미래 산업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농업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동물과 다른 인류만의 특징인 예술성을 생각해볼 때, 농사짓는 것이 곧 예술임을 알게 됩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사람처럼 자신의 식량을 농사를 지어 해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곧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유난히 감 농가에게 큰 시련이 왔습니다.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운 맛있게 익은 감들이 파쇄 되어 땅에 묻히는 장면을 볼 때는 눈물이 핑 돌고 가슴 한 구석이 저려왔습니다. 한겨울 과일로서 최강자였던 감이 알록달록 빛깔 고운 수입 농산물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입니다. 우리 시부모님은 감 농사를 지어 5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켰는데, 이제는 농사를 지을수록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아닌 해결에 집중할 때, 남 탓을 하는 대신 스스로를 도우려할 때 하늘이 돕고 땅이 돕습니다. 더불어 더 멀리 함께 해주는 좋은 이웃을 만나게 됩니다. “우와! 정말 최고의 맛이에요. 가현정 농부 작가님의 명작으로 인정합니다.” 전시회 기간 동안 한결같은 반응에 힘이 났습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문제로 가득한 현실에 매어달리기 보다는 현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문제다, 저것이 문제다라며 우리를 더 괴롭게 하는 전문가를 멀리해야 합니다. 오직 만나야할 사람은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입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자랑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 농업인들은 자신의 소중한 작품인 농산물을 자랑스러워하며 더 큰 세상으로 위풍당당하게 나아가야합니다. <농경나눔터 2018년 2월호 – 농촌愛 살어리랏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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