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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11월호-농촌愛 살어리랏다] 조만간 먹을 고소한 들기름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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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먹을 고소한 들기름을 생각하면서...

                                                                                                           글. 송인숙(KREI 리포터)


27번째 들깨를 심었다. 한해 한해 심은 것이 귀농의 햇 수 만큼 심었다.

처음에는 동네 분들의 조언에 따라 밭 한귀퉁이에 모종을 내어서 품을 사서 두세개씩 심었다. 가을이 되면 품을 사서 깨를 베고 털었다. 그때는 할머님들의 품이 20000원이었다. 들깨를 모종도 수확도 할머님의 손을 빌려 했는데 이제는 할머님들도 다 돌아가시고 나는 품을 구할 수가 없다.

 

지금은 들깨를 200개짜리 모종밭에 상토를 넣고 모종을 한다. 그리고 감자를 심는 기구를 이용을 해서 남편과 둘이 심는다. 들깨가 자라 수확을 할 때도 일 할 사람이 없어서 남편이 예초기로 베고 나는 묶는다. 그렇게 근자에 몇 년동안은 들깨농사를 둘이 지었다.

 

올해 미탁이 지나가면서 들깨가 누었다. 우리집만 누운 것이 아니라 우리동네 전부 누었다.한 방향으로 누운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 포개져서 누웠다. 업친데 덥친다더니 강한 바람으로 끝이 말라서 손이 닫는 대로 깨가 쏟아진다. 예초기로 벨 수가 없다. 다시 낫을 들고 밭으로 향했다, 깨 수확을 할 때면 예초기로 하는 집이 있어서 기계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올해는 조용하다. 집집마다 낫으로 베고 있다.

한참을 베고 나니 허리가 아프다. 남편과 둘다 허리 협착증으로 요즘 고생하는 중이라서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의 충고가 있지만 쓰러져 있는 들깨 앞에서 심기일전해서 낫을 들고 베어나간다.

 

낫질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옆에서 예초기가 돌아가고 있지 않으니 낫으로 툭툭 배어지는 들깨소리 외에는 들리는 소리가 없다.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베어 나간다. 처음 귀농을 했을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주인발자국 소리를 듣고 크는 것이 농작물이라고 한다. 올해 들깨를 심고 제초 작업도 대충 해주었다. 고맙게도 미탁으로 눕기전까지 잘자라 주었다. 더욱이 들깨는 특유의 냄세로 고라니도 멧돼지도 안 들어 온다. 그래서 심어 놓고 다른 작물처럼 고라니 망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들깨는 잘 자라 주었다. 올해는 너무 안 들여다 봐서 들깨가 누어서 내 발자국 소리를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을이 든다. 허리가 아픈것도 잊고 천천히 아기 다루듯이 깨가 쏟아지지 않게 베고 있다. 사람을 못구 해서 몇일동안 베야 할지 모르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만간에 먹을 고소한 들기름을 생각하면서.......


<농경나눔터 2019년 11월호 농촌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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