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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나눔터 5월호-농촌에서 온 편지] 꽃차를 덖으며 산야초음식을 차리는 쉰다섯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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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를 덖으며 산야초음식을 차리는 쉰다섯의 남자

글.이인석 강원 원주

목련꽃이 꽃잎을 터뜨릴 때 그 순백의 수줍음은 백일 갓 지난 아가가 뽀송뽀송한 얼굴에 머금은 미소 같다. 그런 수줍음이 욕심나 목련꽃차를 채취하여 밤늦도록 덖고 농가맛집 ‘농부가’를 나서 살림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날이 4월 9일이었다. 그날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달무리와 소쩍새 울음을 동시에 만났던 특별함 때문이다.

“달무리 지는 창문을 열면 싱그런 바람 꽃내음 속에…. 황홀한 달빛 꿈에 잠기면…. 축제의 밤.”

‘트윈폴리오’가 불렀던 ‘축제의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던 밤이었다. 아마 귀농하지 않았다면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달과 별을 보기 어려운 서울 강남 대치동 입시 학원가에서 나는 무한 경쟁에서 이길 것만을 주입하며 재수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입시 학원가에서 잘나가는 강사로, 또 입시학원의 원장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던 40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어느 날부턴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한 경쟁에서 이기면 행복할까? 무한경쟁에서 나만 살아남고 패배한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나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을 무한경쟁의 세상 속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밀어 넣을 것인가?

그렇게 고민하다가 마흔다섯의 나이에 아이들 셋과 아내,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귀농을 결행했다. 그 결과로 얻어진 것이 ‘달무리 지는 창문’, ‘싱그러운 바람 꽃 내음’, ‘ 황홀한 달빛’이 멋진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삶이다. 자연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매일 매일의 삶이 축제의 밤인 셈이다.

그런데 좀 더 멋지게 자연을 즐기고 싶은 욕심에 먹는 것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의 일이다. 귀농 전에도 채소를 좋아했던 나는 대형마트에 넘쳐나는 다양한 채소를 사계절마다 사다 먹었다.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는 안개를 내뿜으며 찬 기운을 내뿜어주는 냉장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정말 싱그러워 보인다. 그런 것을 사다 먹으며 기술의 선진화가 맛있는 채소를 사계절 먹을 수 있게 해줬다는 고마움을 느끼며 살았다.

그러다가 귀농 후에 산을 다니며 채취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산더덕, 산도라지, 산나물을 채취해 먹으며 온전하고 완전한 채소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어디 채소뿐이겠는가. 제비꽃, 도라지꽃이며 개나리꽃, 칡꽃, 찔레꽃, 진달래 등등 수많은 꽃들도 상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만 잘사는 삶이 아니라 남과 나누어야 행복지수가 더 올라간다.”는 깨달음을 준 자연 덕분에 쉰다섯의 나이에 산야초 자연 요리를 배웠다. 그 요리 솜씨를 발휘해서 손님을 접대하고 싶은 마음에 농촌진흥청에 도움을 청했고, 그 응답으로 농가맛집 ‘농부가’를 창업할 수 있게 되었다.

15년은 학생들에게 국어와 논술을 가르쳤던 선생으로, 그 후 10년은 귀농해서 농부로 살아왔던 삶에서 이제는 꽃차를 덖으며, 산야초 자연음식을 차려내는 요리사로 살고 있다. ‘자연을 담은 농부밥상, 자연을 닮은 농부밥상, 자연을 품은 농부밥상’을 손님이 받고 정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상을 올린다.

<농경나눔터 2017년 5월호 - 농촌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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