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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메가시티 속에서 농촌, AI와 나눈 대화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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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성주인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5년 5월 2일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필자는 지난 3월21일자 한국농어민신문 칼럼에서 농촌의 인구 과소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역개발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얘기하였다. 인구 2000명 미만 읍‧면이 늘어나는 등 농촌의 공동화 심화에 따라 일각에서 행정구역 통합이나 과소화 읍‧면에 대한 공공 투자 축소 같은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생활 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농촌생활권 기능을 살리는 일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 칼럼의 요지였다. 다양한 영역의 농촌 재생 활동을 이끌 지역공동체 육성도 얘기하였다.


이런 주장을 농업계 바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여 챗GPT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국가적 인구 감소 문제의 해법으로 도시권 기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도시계획 분야 정책 담당자나 연구자 입장에 서서 필자가 주장한 바를 비평해 보도록 대화형 AI인 챗GPT(이하 ‘AI’로 지칭)에 주문하였다.


AI가 내놓은 입장은 이랬다. 메가시티나 광역 거점 중심의 국토 재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인구 2000명 미만 읍‧면이 계속 느는 것은 과감한 통합과 기능 집중이 필요하다는 증거이다. 농촌에 남은 인구와 자원으로 읍‧면 단위 지역공동체를 육성하자는 것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농촌 공간을 묶고, 서비스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도시정책 담당자들이 충분히 내놓을 법한 답변이었다.


AI의 주장에 대해 필자가 답했다. 도시정책 분야에서 강조하듯 중심도시와 연결된 네트워크 생활권을 국가적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중심도시에 자원과 예산을 집중하는 것을 지향한다. 농촌에 투자하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이다. 메가시티 중심의 공간 재편이라는 것도 농촌 입장에서는 더욱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허한 얘기이다. 메가시티를 육성한다고 배후 농촌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도시로 옮겨오도록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은 농촌 주민들까지 일일이 신경 쓸 여력은 없다는 것을 달리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답했더니 AI가 한발 물러섰다. 메가시티를 육성한다고 해서 농촌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다 포기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읍‧면에 동일하게 시설을 짓고 공동체 조직을 육성하는 것은 자원 낭비이니 농촌에서도 투자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서비스 거점을 살리면서 배후지역에 대해서는 거점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략 이런 취지였다. AI의 답변에 대해 필자는 모든 읍‧면을 다 같이 살리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농촌 주민들이 갖도록 도와주는 것은 정책의 몫이라고 답했다. 


이 대화에서 최종적으로 다다른 결론은 다음과 같다. 네트워크 생활권을 강조하는 도시정책 입장에서는 그동안 농촌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담는 데는 소홀했으니 앞으로 농촌정책 분야의 목소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AI). 농촌정책 담당자나 전문가의 경우 지금까지 농촌의 특수성과 고유성을 살리는 데 집중하였는데, 앞으로는 도시지역과 파트너십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필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보자는 결론으로 AI와의 대화를 마친 셈이다. 현실에서 비농업계와 가진 논의였다면 이런 식으로 순탄하게 접점을 찾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인구, 기능의 수도권 집중 문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권역별 메가시티를 육성하는 전략을 여러 후보가 공약에서 제시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토정책 및 지역발전정책 기조도 여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활동과 산업 육성, 인프라 투자 거점의 지위를 부여받을 메가시티 속에서 농촌생활권의 위상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농업‧농촌정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던 이 질문에 이제는 답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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