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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전통시장·자영업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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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한두봉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5년 5월 20일
한 두 봉(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0%대로 낮아졌으며, 경기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측했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14일 0.8%로 내렸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취업도 느는데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고 앞으로 경기도 어둡다. 민간 소비가 위축되니 자영업자 폐업률이 늘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카드사용액이 줄었다. 외식 소비도 줄고, 식당 등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 농가경제가 악화되고 있다. 농식품 소비가 줄어서 농산물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최근 축산물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 가격이 왜 하락하는지 알아보고자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전국 곳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모여서, 소비지로 분산된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 가격이 결정되고, 낙찰된 농산물에 대한 대금결제를 통해 농촌에 자금이 공급된다. 가락동 도매시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시켜 생명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심장과 같다. 축구에서 미드필더와 같이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모아 다양한 소비지로 분산한다.


공산품은 생산 원가에 적정마진을 붙여서 가격이 결정된다. 라면 한 봉지 가격은 1000원으로 제품에 인쇄되어 있다. 하지만 산지에서 생산된 배추와 무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농민이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다수의 농민이 소량 생산한 농산물은 가락동 도매시장에 모여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경제원론에서 배운 수요와 공급이론이 정확히 작동하는 곳이 가락동 도매시장이다.


가락동 도매시장을 돌아보니 무를 제외한 모든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였다. 최근 무 가격도 하향 추세에 들어섰다. 6월까지 대부분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겨울 무와 겨울 배추는 파종기인 지난해 8∼9월 고온으로 재배면적이 줄었다. 올해 1∼4월에는 무와 배추 가격이 높았다. 하지만 4월 말부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겨울 무와 배추 생산이 줄어 공급이 감소하여 가격이 상승해야 할 텐데, 4월 말부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민간 소비가 많이 줄었고, 외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국 불안과 경기 침체가 지속함에 따른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소비자의 종합적인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24년 12월 88.2로 크게 하락한 이후 4월 93.8로 기준선(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으니, 농산물이 팔리지 않는다. 농산물 공급 감소에도, 수요가 훨씬 더 많이 감소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지방의 경기 침체는 훨씬 더 심하다. 외식을 줄이다 보니 식당에 손님이 없고 문을 닫는 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가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전통시장과 자영업이 살아나야 한다. 정부도 5월22일부터 6월4일까지 전국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통해 농산물 할인지원사업을 실시한다. 농산물 할인지원에 대형유통업체와 더불어 전통시장과 자영업자도 포함해야 한다. 서민들은 전통시장에서 주로 농산물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농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공급사이드 정책에서 벗어나 소비확대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농산물 소비를 늘려가야 생산도 늘어날 것이며, 농가소득도 증대되고, 정부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우수한 국산 농산물 소비가 늘어 농가소득이 증대되는 건전한 선순환을 촉진하는 농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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