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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산물 가격과 독과점·카르텔 논쟁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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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5년 11월 10일
김 병 률(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농산물거래에서 독과점이나 카르텔을 형성해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거론되는 그룹을 망라하면 산지농협과 산지유통인, 도매시장의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소매시장의 대형유통업체와 온라인 플랫폼 쿠팡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산지농협을 보자.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은 각자 법인격으로서 시장에 경쟁적으로 출하하지만 전체 청과물의 절반도 안되는 물량을 취급할 뿐이다. 여기다 주로 개별농가 농산물을 수탁으로 도매시장에 출하, 개별농가 단위로 경매해 독과점행위와 전혀 무관한 시장행위를 한다. 일부 연합판매나 공동마케팅으로 지역 또는 품목 농산물을 모아서 출하하지만 이 역시 형식적인 공동출하로 시장가격에 독과점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소매시장에서 농협의 영향력은 어떠한가? 전체 농산물 소매시장에서 13% 정도의 미미한 점유율로 40% 이상 소매 점유율을 가진 3대 메이저(Big3) 대형소매유통업체가 주도하는 소매시장에서 영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산지유통인은 어떤가? 그들은 청과물 전체의 35% 이상 산지유통 비중을 점유하고 무·배추·대파·당근·양배추·양상추 등 노지채소류의 80% 이상 산지유통을 점유하고 있다. 산지유통인은 1990년대 만 해도 도매시장 등록인이 1만명이 넘었지만 고령화와 자금력 부족, 가격위험 등으로 실제 활동하는 숫자가 1000명 정도로 줄어들고 자금력이 있는 대상들이 주로 산지유통을 좌우하고 있다.


이들은 도매시장별로 출하하는 물량을 조절하는 역량을 발휘해 일부 시장가격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시장의 경매가격을 일정 수준 받쳐줘 출하농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형유통업체나 대량수요처에 대해서는 이들이 납품업체로서 납품가격 결정에 시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동적 주체다.


도매시장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주된 유통주체다. 도매시장에서는 하루에도 판매자인 수백·수천명의 농가, 농협, 산지유통인이 출하하고 구매자인 수십명의 중도매인이 경쟁적인 가격을 제시해 가격이 결정되는 그야말로 완전경쟁에 가장 근접한 상품시장이다. 판매자나 구매자 어느 쪽도 독과점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다. 물론 지방도매시장 등 예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도매시장에는 독과점적인 시장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


일부에서 도매시장의 도매법인과 공판장의 독과점·카르텔 행위를 운운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도매법인과 공판장 운영주체는 경매나 정가수의매매라는 거래의 장을 열거나 중개하고 법정 위탁수수료(7% 상한)를 받아 시장사용료와 법인 경영 비용, 산지 개발과 출하 유치, 판매자·구매자 장려금을 지불하고 남은 1∼2%를 영업이익으로 남긴다. 여기에 독과점·카르텔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주체는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들이기 때문이다.


소매유통에서 대량소매유통업체는 5만∼10만명 지역주민에 한개 정도 입지해 지역적 독과점 판매자 위치에 있다. 따라서 지역의 일반 소매점이나 재래시장과 부분적인 경쟁을 하고 대량 판매·구매에 따른 규모의 경제와 구매력을 바탕으로 지역적 독과점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


반면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인 쿠팡은 최근 들어 지배적인 독점적 온라인업체로 성장해 특히 산지 및 도매시장 납품업체에 대해 납품가격과 수수료, 구매조건 등에서 구매자 독점력을 노골화해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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