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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브리프

산불 대응, ‘똑똑하게’가 중요하다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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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고 | 2025년 5월 13일
구 자 춘(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후변화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큰불이 날 때마다 들리는 말이 있다. “헬기가 부족하다” “임도를 더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장의 진화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산림 구조와 진화 자원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탓하기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고민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산불 진화 자원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산불은 지형, 바람, 기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확산 양상이 다르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어떤 진화 자원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핵심이다.


산불 대응은 감시와 관측, 주불 양상에 따른 진화 자원 투입, 잔불 정리 등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단계마다 필요한 자원이 다르고 투입 방식도 달라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진화 자원이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연결돼 있고, 어디에 얼마나 배치됐는지 파악해 최적의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진화 자원의 속성과 기능, 배치를 구조적으로 정리해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접근을 ‘온톨로지적 시각’이라고 부른다. 온톨로지(ontology)는 고대 그리스어 존재(ontos)에서 유래한 말로 철학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개념이다. 정보과학과 정책설계 분야에서는 특정 분야의 개념과 그들의 관계를 명확히 정의해 복잡한 상황을 구조화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온톨로지는 산불 상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구조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주지만 사람 혼자서는 판단하고 대응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AI)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AI는 발화 지점과 바람, 지형, 임도망 등 산불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밀한 결정을 보완한다. 결국 현재의 자원 내에서 ‘필요한 곳에 딱 맞는 투입’이 가능해진다.


산불 대응을 주관하는 산림청은 수십년간 경험을 통해 각 진화 자원의 투입과 활용에 대한 풍부한 현장 지식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AI는 결국 좋은 데이터를 학습해 판단하는 기술이므로 축적된 경험은 곧 고유의 데이터 자산이며, 이는 온톨로지와 AI 기반 대응의 출발점이 된다. 이는 산불 진화는 물론 이후 전략 수립까지 아우르는 도구다. 과거 산불 현장을 분석하면 임도 보완이나 진입로 설계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 이 두 기술은 현재의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산불 대응체계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온톨로지와 AI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일이다. 진화 자원과 임도망, 기상 등 정보를 표준화하고 실시간 연계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축적된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구조적 사고를 녹여내는 일도 필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온톨로지로 구슬의 위치와 관계를 파악하고, AI로 그것을 꿰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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