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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브리프

농촌공간계획, 현장의 숨결 담으려면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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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기고 | 2025년 5월 14일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민 주도의 지역사회 활동 사례로 충남 홍성군 장곡면이 자주 거론된다. 인구 3000명을 밑돌고 고령인구 비율이 50%를 넘는 곳이지만, 어려운 지역 여건을 헤쳐나가는 일련의 시도가 남달랐던 터이다. 취약계층 돌봄활동을 하는 사회적 농장들, 청년의 농촌 정착을 돕는 ‘젊은협업농장’ 같은 조직들이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농폐기물 수거 등 농업환경 보전활동이나 공동체 조직이 주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농업환경 보전이나 돌봄활동은 2019년 ‘장곡면 2030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역 구성원들이 우선 과제로 발굴한 것들이다. 이 계획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협동연구 파트너로 참여한 지역단체가 주관해 소액 연구사업비로 만들어낸 것으로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상향식 농촌계획의 모델이 될 만하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동학습회를 운영하고, 주민들이 ‘마을조사단’ 일원으로 직접 마을을 돌면서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지역사회 현안들을 논의하는 창구이자 공동체 활동 구심인 주민자치회 설립도 이 계획에서 비롯된 결실이다. 주민들이 주도하는 계획 수립 활동이 지역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장곡면 사례에서 보게 된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입각해 지방자치단체가 농촌공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률과 중앙정부 지침에 근거한 시·군 농촌공간계획 수립 과정에서 장곡면과 같은 상향식 계획의 접근법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첫째, 행정과 현장을 연결하는 지역의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농촌협약이나 지역개발사업 추진과 함께 설립된 중간지원조직들이 지역에 존재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마침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서 시·군의 농촌공간 정책을 지원하는 기초 지원기관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바, 중간지원조직에서 현장 의견 수렴 역할을 진행토록 하고 농촌공간계획에 이를 반영해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담긴 계획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계획 수립 때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표기구가 형식적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농촌협약을 비롯한 각종 사업계획 수립 때 주민들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토록 했지만, 읍·면장, 이장 같은 지역 유지 중심으로 기구가 구성되고 주민 의견 수렴은 요식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반영하고 계획 수립 후 실행까지 염두에 둬 폭넓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장곡면의 2030 발전계획은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회 같은 대의기구 설립에 힘입어 실행력을 확보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장곡면 발전계획을 거울삼아 읍·면이나 지역공동체 단위의 상향식 계획 수립을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같은 경험이 바탕이 됐을 때 시·군 단위 계획에 담긴 과제들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같은 계획 수립이 확산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 하에서 농촌공간계획이 행정과 용역사 중심으로 일률적으로 수립된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제안한 일들만이라도 제대로 이뤄진다면, 농촌공간계획은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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