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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산물 유통개선대책과 논점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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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김병률

머니투데이 기고 | 2025년 9월 25일
김 병 률(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며칠 전 농식품부에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에 앞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유통개선대책을 주제로 장시간 토론하는 TV방송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언론과 학계의 긍정적 반응과 함께 대책의 방향성과 실효성을 지적하는 논고와 인터뷰도 많아 사회적 관심이 큰 것 같다.


이번 유통개선대책은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 유통과 물류의 비효율성, 시장 경쟁성 부족'이라는 기본적인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어찌 보면 진부하고 그동안 유통대책에서 반복해 온 문제인식인 것 같지만, 대책이 거듭되면서 내용이 업그레이드돼 그동안 산지유통과 도매시장에 대한 정책은 성과를 거둔 측면도 많았다.


많은 언론과 학자들은 농산물 중간유통마진이 49.2%로 생산농가는 소비자가격의 절반만 받고 나머지 절반은 중간유통인들이 착복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인용된 숫자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해석과 진단은 다분히 단편적이며 정확성이 떨어진다.


농산물의 중간유통마진은 선진국일수록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채소와 과일 유통마진율은 각각 75~80%, 65% 내외를 보인다. 일본은 51.5%이며, 유럽국가들도 필자의 추정으로 60~7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유통과정의 인건비와 물류비 증가,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알도록 포장, 선별, 배송 등 유통기능이 더해지면서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중간유통비용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농가가 받는 가격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유통비용이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유통비용과 단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유통비용과 단계를 줄이자는 정책적 취지는 '불필요하고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비용 발생과 단계를 줄이자는데 있다고 본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농산물 산지유통시설(APC)의 스마트화와 정보화,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B2B, 기업 간 거래)의 획기적인 확대와 직거래 촉진, 농협 등 생산자 조직화와 안정 생산기반 구축으로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화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논점은 농산물 유통의 온라인화 정책이다. 농산물유통의 온라인 거래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으나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비대면거래가 확산되며 온라인 소매 거래는 급증하는 추세이다. 다만 그동안 농산물 도매거래가 가락시장 등 전국 도매시장에서 50% 이상 현물거래되면서 온라인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2년전부터 '농산물도매거래의 온라인화'를 시작하고 이번 대책에서도 유통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아이템으로 제시됐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디지털전환 시대에 도매유통경로의 한 축으로 기존과 같은 오프라인 도매와 함께 경쟁과 보완을 통해 육성해야 할 경로이다. 출범 1년인 작년 6,737억 원이 거래되고 판·구매자가 5천명에 달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크다. 온·오프라인 경로 경쟁과 다양화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들의 선택지를 확장하여 농산물 유통구조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도매거래의 온라인화가 '아무도 가지 않던' 길을 만드는 것인 만큼, 정부의 법적 뒷받침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유통개선의 큰 축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이번 대책에는 도매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여 유통효율성을 높이고 농산물 물류시스템을 효율화하고, 산지에서 생산부터 안정화해 원천부터 공급을 조절하고자 하는 정책들도 제시되어 있어 대책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농산물 유통은 먹거리 시장의 문제로 인위적인 정책 개입에 한계가 있고 복잡해 '고르디아스의 매듭' 같이 단칼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목표의식을 갖고 부단하게 논의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번 유통 개선 과제가 차질 없이 추진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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