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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대미 수출, 가격경쟁을 넘어 가치경쟁으로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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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정대희

농민신문 기고 | 2025년 12월 15일
정 대 희(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몇달 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글로벌 통상환경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다. 10월 한·미 양국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 15%가 확정되면서 협상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는 더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변화된 교역 조건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대미 수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올 10월까지의 대미 농식품 수출은 증가 흐름을 유지했다. 상호관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1∼9월 누적 수출액이 전년 대비 16.4%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이어졌다. 다만 4월 보편관세가 도입된 이후엔 수출 증가율이 둔화·감소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런 현상은 품목별로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즉 트럼프 관세가 수출 전반을 위축시키기보단 품목의 경쟁구조와 시장 특성에 따라 영향을 다르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에 의존해온 품목이나 마진이 낮은 품목은 관세 부담을 흡수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혼합조제식료품이나 음료류 등과 같이 대체재가 많고 소비자 가격에 민감한 제품군은 관세부과 시 수출감소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김치와 과일소주, 참기름 등과 같은 품목은 브랜드 인지도와 기능성·프리미엄 이미지가 축적돼 있어 상대적으로 수출 증가 추세가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시장에서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가 가격 중심 품목과 가치 중심 품목으로 구분되며, 그에 따라 관세 충격의 영향도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같은 양극화는 수출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농업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경쟁형 품목의 수출이 위축되면 해당 품목의 원료를 공급하던 산지와 농가의 계약재배 물량이 축소돼 생산 기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비가격경쟁형 품목이 확대되면 고품질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 산지 브랜드가 강화되거나 생산·가공 연계체계 구축과 같은 새로운 효과가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관세환경 변화는 수출규모보다 품목의 구조와 경쟁방식의 변화를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 대응은 단계별 맞춤형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론 가격에 민감한 품목의 급격한 수출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물류 지원, 원료 및 자재 구매 지원, 유통마진 조정, 수출보험 등과 같은 위험관리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기적으론 관세 부과 이후에도 경쟁력이 유지되는 비가격경쟁형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프리미엄화·현지화·브랜드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론 검역·라벨링·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관세장벽이 강화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가공·수출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를 구축해 구조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앞으로도 정치·경제 여건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중순엔 백악관 행정명령으로 200개가 넘은 농업 관련 품목이 상호관세 적용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따라서 단기 이슈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관세정책이 드러내는 구조적 변화와 품목별 파급 경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세위기 상황에서 K-푸드가 가격 중심의 경쟁을 넘어 품질·기능·브랜드 같은 비가격적 경쟁력을 축적해 나갈 때 농식품 수출은 우리농업과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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