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푸터바로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로고

  1. ENG
  2. 사이트맵 열기
  3. 메뉴열기

KREI논단

2026년 K-농업 대전환으로 미래 희망을 열자

2026.01.02
122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한두봉

농민신문 기고 | 2026년 1월 2일
한 두 봉(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한 ‘다중위기’ 시대, 한국 농업은 기로에 서 있다. 고령화와 농촌소멸 위기로 식량안보는 이제 농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존립의 문제가 됐다. 2019년 세계식량안보지수 1위였던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세계 공급망 불안으로 2022년에 28위로 떨어졌다. 국내 농업기반이 없으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나라가 흔들린다.


식량안보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분명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10대 농정이슈’ 조사에서 국민이 인식한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 중요도는 10점 만점 기준 7.94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농업을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정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농정은 농업의 시장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복 지원 방지라는 경직된 프레임에 갇혀 왔다. 하지만 국내외 정치·경제의 불안정성과 기후위기가 상시화한 환경에서는 충분한 생산이 가능하도록 농정방향을 옮길 필요가 있다. 소득 지원, 재해 보상, 가격 보장, 비용 보전, 공익직불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다층적 지원정책 패키지’를 구축해 농가가 안심하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식량 위기로 인한 식료품 가격 폭등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초과 생산은 국가 시스템 유지를 위한 전략적 사회보험으로 정의돼야 한다.


케이(K)-농업 대전환은 유통혁신과 효율화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현재 농산물 유통구조는 농민에게는 낮은 판매가격을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다. 도매법인의 폐쇄적 경매 제도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교란 행위를 방치한 채 물가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전면 활성화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통데이터와 유통마진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1인가구 증가와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에 부응하기 위해 산지와 소비지가 직접 연결되는 디지털 유통생태계로 신속히 전환돼야 한다.


식량안보의 최전선인 농촌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국가안보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농촌을 새로운 ‘기회의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될 농어촌기본소득과 햇빛소득을 지렛대 삼아 4도3촌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농촌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농촌에서 식량안보를 지킬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농업을 보는 국정철학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농축산물을 물가 불안의 원인으로 보고, 농업의 정부 재정 투입을 비효율적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수정돼야 한다. 농민은 기후위기와 공급망 불안의 최전선에서 국민 식생활과 밥상을 지키는 애국자다. 3농(농업·농촌·농민)을 홀대하면 결국 국내 농업기반 붕괴와 수입의존도 심화라는 더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농업에 대한 투자는 매몰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회복력과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여는 확실한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해에는 농정 대전환을 통해 희망을 찾아야 한다. 농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사회적 신뢰가 결합될 때 식량안보는 위기의 언어가 아니라 희망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농업이 흔들리면 국가는 불안해지고 농업이 바로 서면 국가도 단단해진다. 2026년은 한국 농업이 다시 국가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원년이 돼야 한다.

다음글
예쁜 말을 하지 말고, 쉽게 약속하지 말고, 경청하자
이전글
대미 수출, 가격경쟁을 넘어 가치경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