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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촌정책 20년의 성과와 과제
|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6년 1월 16일 |
|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농촌 문제를 다룬 과거의 연구보고서들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 발간된 당시 자료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현실 진단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지금도 낯설지 않았다. 인구 감소와 농가인구 고령화, 과소화로 인한 정주기반 상실과 지역사회 유지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일부 중산간 농촌에서는 마을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반면 오늘날은 낯설지 않은 일들이지만 과거 보고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과소화 지역의 인구 유입, 농촌관광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도시민 증가, 농촌에서 일어나는 비농업 부문 창업활동 같은 현상들이 해당된다. 오늘날 농촌의 변화를 얘기할 때 종종 언급되는 현상이지만 당시에는 익숙지 않은 모습들이다.
농촌 활성화를 위한 해법도 지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일반적 지역정책 분야에서는 산업단지 같은 인프라를 조성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 대안은 소득작목 개발이나 농외 소득원 확보 같은 내발적 개발 방식이나 마을 인프라 정비, 직불제 확대 같은 데 주로 맞춰지곤 했다. 상황이 달랐으니 농촌 활성화를 위해 모색했던 해법들도 지금과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지금의 농촌정책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가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농촌정책’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은 20년 남짓의 일이다. 2000년 초반 무렵까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된 연구보고서에서조차 ‘농촌정책’이라는 용어를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다. 등장하는 경우라도 ‘농업·농촌정책’이라는 식으로 농업에 부수해서 쓰이곤 했다.
정부 조직을 기준으로 농촌정책이 공식 출발한 시점을 특정하자면 2004년 8월 농림부에 농촌정책국이 만들어지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부처별로 추진하는 각종 지역개발사업들이 확대되던 시기였고, 이때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이 제정되어 보건·복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삶의 질 향상 시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마을개발을 중심으로 출발한 지역개발사업이 읍·면 중심지를 아우르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으로 발전해왔고, 그것이 농촌협약이라는 패키지 사업 방식으로 이어진 게 2020년의 일이다. 지금은 농촌공간재구조화법 도입과 함께 농촌공간계획이라는 제도적 틀까지 갖게 되었다. 모두가 20여 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온 변화이다.
이렇게 많은 일을 했지만 지금까지 농촌이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물음이 제기될 만하다. 농촌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았고 소멸 위기는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위기의식은 이해되지만 20년 전에는 볼 수 없던 변화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의 활동 조직이 늘었다. 농촌 현장의 중간지원조직들이 생겨난 것도 불과 10년 정도의 변화이다. 관계인구나 생활인구 같은 말들도 2020년 전에는 쓰이지 않던 용어이다. 작은 변화이지만 이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다른 지역에 귀감이 되는 농촌 활성화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농촌에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활동해온 현장 주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각 지역마다 나름의 배경을 안고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이들이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작은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내고 그것이 축적되면서 지역의 역량이 형성되었다. 지역마다 대략 10년 이상씩의 세월에 걸친 이런 변화들을 밑거름 삼아 농촌정책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요즘 농촌정책의 ‘대전환’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정책의 큰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난 세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되어 온 현장 주체들의 활동을 하나의 교훈으로 삼는 일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농촌에서 활동하고 여러 가지 농촌 활성화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정책이 보다 폭넓게 열어줄 필요가 있다. 농촌정책의 다음 전환 방향은, 아마도 이런 지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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