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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 변화의 실험이 시작됐다
|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6년 3월 4일 |
|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난 2월 말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사랑상품권 지급이 시작되었다.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하는 군들 중 선정된 곳에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이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분야 핵심 국정과제이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논란도 있었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 여건에서 부담해야 할 지방비 규모가 과다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예산이 들어간 만큼 소멸 위기 해소 효과가 있겠냐는 물음,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선 지자체의 관심이 예상보다 높아 69개 인구감소지역 군들 중 49개 군이 시범사업 공모에 참여하였다. 선정된 시범사업 대상지도 처음 7개였다가 추가 예산을 반영하여 10개로 늘어나기도 했다. 농촌 지자체의 소멸 위기 대응이 그만큼 절실한 과제라는 인식이 일선에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업계획서 작성을 비롯한 공모 절차를 준비하고 사업 선정 후 주민 신청을 받아 지급 대상자를 확인하는 등 지금까지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의 수고가 컸다. 이제부터는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실거주 확인 절차를 진행하는 부담이 실무자들 앞에 놓여 있다. 공과금 납부 내역이나 우편물 수령 여부 점검, 마을 이장이나 이웃을 통한 확인 같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부정수급을 막겠다며 지나치게 정교한 확인 절차를 만들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고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 명백한 위장전입을 가려내는 선에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그보다는 기본소득을 촉매로 한 농촌 활성화 효과가 발생할 토양을 마련하는 일에 더욱 공을 들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를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소비처 자체가 부족한 면 지역에서는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같은 사회연대 경제조직들이 구성되어 소비처를 지역 내에서 창출하는 일을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지역공동체 조직들을 통해 마을로 찾아가는 이동장터를 운영하거나 소비처인 읍·면 소재지로 주민 이동을 돕는 커뮤니티 버스를 운행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공동체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올해 새로 시작하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제안해본다. 이처럼 다양한 농촌 활성화 시책과 접목해본다면 농어촌 기본소득 지원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사업 관리와 함께 시범사업 성과 모니터링을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일부에서는 기본소득이라는 취지를 살려서 조건 없이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성과 평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입장도 있으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 모니터링과 성과 평가가 빠질 수는 없다. 더구나 본 사업 확대 이전에 시행되는 시범사업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현재 국책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성과 평가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에서 전입이 늘어나는 등 벌써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를 접할 수 있다. 주목되는 변화이지만 모니터링 작업이 이 같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한다면 정책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성과 평가 작업을 통해 인구 유입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나타나는 변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활동 조직 증가라든가 주민들의 공동체 조직 참여 확대 같은 변화들을 폭넓게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단순한 주민 복지 정책으로만 바라본다면 이 사업의 의미는 반쪽에 그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지급하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계기로 지역에서 어떤 활동이 만들어지느냐이다. 이 사업은 인구감소지역이 처한 위기 속에서 농촌 활성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정책적 실험장을 만들어가는 데 의미가 있다. 정책 자체는 실험이 될 수 없지만, 실험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일은 정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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