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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10년 통계가 드러낸 우리나라 산불의 구조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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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구자춘

동아일보 기고 | 2026년 3월 12일
구 자 춘(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산불 건수가 예년보다 늘어난 이유를 물었다. 국무총리는 원인을 분석해 제거하겠다고 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 나온 2016년부터 2025년까지 5291건의 산불 자료를 봤다. 그 속에는 우리가 충분히 못 봤던 산불 구조가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5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약 70%는 2월에서 5월 사이에 집중됐다. 하루 평균 2∼4건꼴이다. 산불 건수가 해마다 늘어난 것은 아니다. 어떤 해는 많고 어떤 해는 적다. 폭증보다 반복에 가깝다. 이제 봄철 산불은 변수가 아니라 하나의 상수가 됐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대부분은 비의도적 사고다. 입산자 실화, 영농부산물 소각, 건축물 화재의 비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고의적 방화는 1% 남짓이다. 일상의 부주의가 산불로 이어지고 그 경로가 해마다 반복되는 셈이다. 산림 주변에서의 소각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산불 예방 캠페인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통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약 14만 ha(헥타르)의 산림이 산불 피해를 입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480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부분의 산불은 적극적인 진화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 문제는 극소수의 대형 산불이다. 상위 10건의 산불이 약 13만 ha를 태웠다. 전체 건수의 0.2%에 불과한 산불이 피해 면적의 약 90%를 차지했다. 관리 가능한 다수의 소형 산불과 통제하기 어려운 극소수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존재한다. 10년 데이터가 보여주는 우리 산불의 특징이다.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상 조건이 겹칠 때 빠르게 확대된다. 최근 겨울과 봄은 더 건조해졌고 강풍도 잦아졌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숲에 축적된 연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숲은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숲의 나무를 충분히, 제때 활용하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산불의 연료가 될 물질이 과도하게 쌓였다.


숲의 연료를 관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숲의 밀도를 줄이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목재 이용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연간 숲에서 자라는 나무의 약 62%를 수확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 임업 선진국에서는 이 비율이 80∼90%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22% 수준이다.

이는 목재 수확이 환경 훼손이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국가들은 지속가능한 산림 이용을 통해 숲을 보전하면서도 활용해 왔다. 나무가 자라는 양보다 적게 이용하는 범위 안에서도 이런 관리는 가능하다. OECD 역시 기후 대응 수단으로 보호, 관리, 복원과 함께 목재 이용의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목재 이용은 탄소를 저장하고 숲에 축적된 연료를 줄여 산불 위험을 낮추며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산불 발생을 막는 노력과 만에 하나 발생한 산불이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도록 조건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숲의 목재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과도하게 축적된 연료를 줄이고 산불에 보다 강한 숲 구조로 관리해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미리 과감히 해야 한다.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보다 사전 관리 비용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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