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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이제는 농촌의 미래를 그릴 차례
|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6년 4월 21일 |
|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어느 영국 작가가 농촌에 관해 쓴 에세이를 몇 년 전 읽은 바 있다. 교회, 펍, 학교, 저택 같은 요소들을 통해 영국 농촌의 모습을 소개한 책이었는데, 영국 사람들은 마을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남다른 애착을 지녔다고 작가는 평가했다. 그래서 과거부터 내려온 농촌마을 경관과 공동체 전통을 가급적 유지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금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인들은 도시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것으로 보인다. 통계 수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나라 공간 획의 근간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ʼ(이하 ‘국토계획법ʼ)이 2003년 시행된 후 20여 년이 경과한 2024년 현재 용도지역상 도시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국토의 16.6%를 차지한다. 법 시행 전인 2002년에는 해당 비율이 15.6%였으니 20년 동안 도시지역은 1%p가 늘었다. 1%가 별것 아니게 보이지만 약 1천㎢에 이르는 면적이다. 20년 동안 대략 강릉이나 울진 정도 크기의 시・군 하나가 통째로 도시로 변한 셈이다. 막대한 면적의 농지나 산지가 도시에 편입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행 국토계획법은 1990년대 중반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준농림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나타난 난개발 문제에 대응하고자 제정되었다. 논 한가운데 ‘나홀로 아파트ʼ가 들어서고 공장 등이 난립하자, 시·군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을 통해 개발을 관리하자는 취지로 법이 도입되었다. 법 시행 후 국토의 1%에 해당하는 도시지역을 20년만에 만들어냈으니 이 제도는 미래의 도시를 만들어내는 일에는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계획적 도시개발에는 유효한 수단일지 몰라도 국토계획법에 기반하여 농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농촌정책 영역에 몸담은 사람들은 꾸준히 제기하였다. 도시계획에서는 농촌을 ‘비도시ʼ로 간주하여 도시개발을 위한 가용지 공급처로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작 농촌 지역의 난개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목소리들에 힘입어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제정되어 2024년부터 농촌공간계획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시・군들이 올해 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정계획으로 일제히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지만 그 실효성을 놓고는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타난다. 용역사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되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주민이나 현장 주체들이 농촌공간계획의 필요성을 아직 자기 일로 느끼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귀담아들을 지적이지만, 그로 인해 농촌공간계획의 필요성과 역할까지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농촌정책은 주로 특정 농촌개발사업을 단위로 추진돼 왔고 농촌에서 수립되는 계획도 그러한 단위 사업의 계획인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농촌이 직면하게 될 변화에 대응하는 지역 단위의 계획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예견되는 주요 변화만 짚어보자. 우선, 고령화 심화에 따른 구성원 변화가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공동체 명맥을 잇기 힘든 마을들이 더 늘어날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미래 정주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햇빛소득마을과 같은 정부 계획에서 보여주듯이 농촌의 에너지 전환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전환 요구를 농촌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용해가기 위한 준비가 요구된다.
셋째, 세계 교역 질서의 변화를 고려할 때 식량 안보는 단순한 수사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식량 생산 공간으로서 농촌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발 가용지로 여겨졌던 농지라는 자원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일도 농촌공간계획의 영역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도시를 만드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농촌의 미래를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지에 대한 선택이 각 시·군의 미래를 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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