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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한식 수출, ‘맛’보단 ‘팔릴 구조’에 집중해야
| 국민일보 기고 | 2026년 4월 21일 |
| 김 경 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 대형마트에서 김밥 제품이 품절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들이 소비하는 모습이 만들어낸 현상으로 읽힌다. 사실 냉동 김밥의 경우 해당 작품 등장 전에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때문에 한식이 단순한 문화 상품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한식 수출 증대라는 농식품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
다만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인 모친과 미국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미셸 자우너의 회고록 ‘Crying in H Mart’는 참고할 가치가 크다. 자우너는 책에서 다양한 한국 음식을 통해 자신의 성장 기억과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한식이 감정과 문화의 언어임을 스토리로 보여주며 감동을 줬다. 그러나 책에 등장한 다양한 한국의 맛 중 실제 수출 산업화에 성공한 품목은 그리 많지 않다. 한류 콘텐츠 확산으로 한식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수출 산업으로 연결된 성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성공 스토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식을 이끌고 있는 대표 품목은 라면, 김치, 냉동 김밥 등이다. 이들 품목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각각 21.4%, 8.4%, 24.9%에 이른다. 공통점은 ‘수출 가능한 형태로 설계돼 시장 검증을 통과한 상품’이라는 점이다. 라면은 표준화된 조리방식과 매운맛 차별화로 글로벌 소비 수요를 확대했다. 실제 매운 라면 제품은 ‘K-spicy’라는 새로운 맛 카테고리를 형성하면서 대표 수출상품이 됐다. 김치는 한식의 대표성을 나타내면서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발효 건강식품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냉동 김밥은 급속냉동, 콜드체인, 포장기술이 결합되면서 장거리 수송 후에도 김밥 고유의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점이 주효했다.
이는 ‘유통 기술이 만든 수출 성공 사례’라 할 만하다. 또한 한식의 해외 확산은 외식 브랜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BBQ 치킨 브랜드는 바삭한 식감과 다양한 소스 조합을 통해 새로운 맛 경험을 제공하며 반복 소비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듯 한식 열풍이 일시적 소비에 그치지 않고 산업으로 정착되려면 요건을 갖춰야 한다. 수출에 성공한 것은 특정 음식이 아니라 ‘상품으로 설계된 한식’이었다. 국내 식품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가정간편식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Crying in H Mart’에 등장하는 불고기, 갈비, 만두, 팥빙수 등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메뉴다. 이들은 아직 상품으로 설계된 형태로 보기 힘들다. 한식 수출의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단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한식을 수출 산업화로 성공시키기 위한 ‘수출 유망 한식 메뉴 발굴 및 상품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레시피를 단순화하고 메뉴별 표준화를 높여 해외 소비자들이 쉽게 조리할 수 있어야 한다. 조리의 표준화는 수출 성공의 출발점이다. 두 번째는 유통과 보관 기술을 통해 ‘맛이 유지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냉동·레토르트 등 유통 가능한 형태로 전환해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별 소비 특성에 맞는 판매 전략과 시장 진출 초기 검증이 필요하다. 개발 제품의 테스트 과정을 통해 상품성을 검증하고 본격적인 수출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상품화 전략은 농가와 식품기업의 실질적 수익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식 수출 확대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팔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설계 또한 강화돼야 한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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