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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AI 전환 시대의 농촌 공동체
|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6년 6월 5일 |
| 성 주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AI 전환이 국가적 화두다. 전문 분야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농식품부도 지난 3월 농업농촌 AI 대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스마트농업 중심의 첨단기술 적용을 유통, 소비, 주민 생활 분야까지 넓히는 한편, AI 서비스 모델 확산, 생활SOC의 AI 체험 거점 활용과 같은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스마트팜 같은 농업 기술 분야에 비할 때 농촌 생활서비스나 공동체 활동 영역에서 AI를 적용하는 일은 아직 출발 단계이며 앞으로 꾸준한 실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농촌에서 부족한 인력 문제를 AI 활용으로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될 수 있다. 거리 장벽 극복이 숙제인 농촌에서 비대면 진료나 돌봄, 생활안전, 수요응답 교통 등 여러 영역의 서비스 개선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AI를 비롯한 로봇, 자동화 기술의 대표적인 역할로 그동안 사람들이 수행해온 고된 노동과 반복적 작업을 대체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이는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공동체 활성화라는 관점에서는 좀 다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어떤 노동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2년 전 전남 담양군의 한 마을에서 공동체 활동 경험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실거주 가구가 30호에 못 미치고 주민 다수가 노인으로 규모나 인구 구성만 보면 여느 농촌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이 수시로 마을회관에 모여 공동 식사를 하고 친목 모임이나 놀이, 단체 활동을 수행하는 등 다른 마을보다 공동체가 활성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귀향한 이장이 주민들이 다시 자리를 함께하도록 오랜 세월 공을 들인 결과라고 했다.
이 마을에서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에 참여하여 주민들이 여러 가지 환경 보전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풀베기, 마을 청소 같은 사소한 일상적 노동에 참여하면 주민에게 약간의 활동비를 제공하는데 큰 금액은 아니지만 활동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자 노인들도 마을 일에 참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공동 관심사를 논의할 기회도 늘어났다고 한다. 다른 마을들은 농로 조성하는 사업을 하면서 콘크리트 포장만 하고 끝나지만, 그 마을은 주민들이 농로 옆에 꽃길을 만드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꽃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함께 가꾸는 과정이었다.
풀베기나 마을 청소, 하천 가꾸기 같은 일은 장차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일을 모두 로봇에게 맡기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어떤 노동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함께 나와 마을을 돌보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마을의 일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촌의 AI 전환이 공동체 활동과 대체 성격인 것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기술과 사람이 협업해야 할 영역도 있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농촌에서는 아무리 좋은 서비스가 도입되더라도 그것을 주민 생활 속에서 작동하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대전 유성구의 스마트 경로당 사례는 기술과 사람의 협업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유성구는 2021년 스마트 경로당을 도입한 뒤 현재 120개소를 운영하며, 각 경로당에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한 ‘스마트매니저’를 배치해 비대면 화상 프로그램과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장비가 있어도 어르신 곁에서 기기를 켜고, 참여를 안내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서비스가 실제로 작동한다. AI 서비스도 현장에서 이를 운영하고 연결할 인력이 함께 있어야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
AI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그것을 사람을 대체하는 방식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농촌 공동체에서는 사람이 해야 할 일과 기술이 도와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농촌의 AI 전환은 사람을 줄이는 전략이 아니라, 사람이 더 잘 모이고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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