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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장래 농촌 마을을 이끌어갈 사람은 누구인가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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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주인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6년 7월 21일
성 주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식량 생산이 농정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했던 시절을 지나 농촌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농촌정책의 몫이 농정 영역에서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초를 즈음해서이다.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이 이 시기 농촌정책 확대를 이끌었으며, 도농교류와 마을 단위 체험관광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었다. 공동체가 주도하는 농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그 배경을 이루었다.

 

그러나 고령화, 인구 공동화가 심화되면서 장래 농촌 마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협을 받는 곳들이 계속 증대하였다. 과거 확대되었던 체험관광 사업도 침체를 겪으면서 방문객 감소와 도농교류 시설 유휴화를 겪는 마을들이 늘어났다. 이제 마을 단위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더 이상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비관적인 얘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마을 공동체의 종언’을 말하는 건 섣부른 일이라고 판단된다. 필자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금까지 농촌 마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여러 사례 마을들을 둘러본 데 비추어, 여전히 농촌 마을에는 공동체 기능이 작동하는 영역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령자 돌봄과 공동 식사, 주민 화합행사, 일상적 모임과 여가 활동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마을에서 나타났다. 노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여 거창한 소득사업을 새로 벌여나갈 구상을 갖지 않은 마을이라도 말이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주민들 간 어울림의 기회와 공동활동이 과거보다 더욱 늘어난 마을이 확인되기도 한다. 고령 주민들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마을을 만들어가고자 구상하고 준비해가는 리더들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농촌 마을 공동체에 요구되는 기능이 소멸하기보다는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이렇게 공동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마을들에서는 대체로 이장들의 헌신과 노력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한번이라도 더 갖도록 하는 일, 마을의 대소사에 대한 정보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노력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런 과정이 쌓여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화합이 이루어지고, 마을의 장래를 놓고 함께 논의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마을에 공공사업을 끌어오고 시설을 조성하는 수완과는 구별되는 이 같은 리더의 역량이 공동체 활성화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 리더에게 언제까지고 무한정 희생과 헌신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장들 역시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 이장을 도와 일하거나 그 리더십을 이어받을 사람이 마을에서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지금 공동체가 활성화된 마을이라도 장래 마을 활동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머지않은 장래에 대다수 농촌 마을들이 맞닥뜨릴 이 문제의 해법을 지금의 마을 안에서만 찾을 수 있을까? 개별 마을만의 상황이 아니라 대다수 농촌이 공통적으로 처한 문제라면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서 지역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적 자원을 유치하여 지역사회의 공동체 활동과 주민 생활을 지원하는 일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2009년 이런 취지로 지역부흥협력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하여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국내 지자체 중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2023년부터 ‘마을협력가’라는 시책을 통해 젊은 인력을 채용하여 희망하는 마을의 공동체 활동을 돕도록 하고 있다.

 

이제는 농촌 공동체의 활동을 이어가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일을 하나의 일자리로 인정할 때가 되었다. 전국 3만8000개 행정리의 이장들이 주민 지원과 마을 운영을 맡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이다. 장래 농촌 마을을 이끌 사람은 마을 안에서 저절로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대상이 아니다. 지역에서 활동할 기회를 주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면서 길러내야 할 인적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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